문학의 향기

아줌마라 부르지 마라.

ds3ckb 2016. 9. 24. 00:24

아줌마라 부르지 마라. 
 
     -관허스님-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밤이면
한권의 시집을 들고
촉촉한 그리움에 젖어
가끔은 잊어진 사랑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가슴이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고 싶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

꽃잎 같은 입술이 달싹이면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사랑하고 싶은
여인이라고 불러 주면 좋겠다.  
 
(답시) 
 
아저씨라 불러도 좋다.

아저씨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깊은 밤 빗소리는 반주삼아
펑펑 술도 마시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밤이건
누가 옆에서 시집을 읽건
그리움이나 사랑 따윈
곱씹어볼 겨를도 없이
일에 빠지는 남자일 수밖에 없다.

아저씨라고 불러도 좋다.
가끔 새치도 보이지만
중후한 멋을 풍기는
멋진 남자라고 불러주면 더욱 좋다.

업무 중압감을 핑계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낙엽인지 뭔지를 밟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다시 정신이 드는
중년의 남성이고 싶다.

아직은
야리한 여성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첨벙대며 건너고 있지만

굳게 다문 입술이 한번 들썩이면
바리톤에 바이브레이션이 믹싱된 나이

이제는 뭐라고 불러도 좋다.
다만, 우리 같은 아저씨 없으면
세상 여인 아무도 재미없는 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