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흰머리 유감

ds3ckb 2011. 11. 7. 00:07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것중의 하나가
내 나이에 아직 흰머리가 없다는 것이다.
6남매중에서 5명 모두가 40대이전에 염색을 할 정도로 새치가 성성하건만
유독 나에게만 우량 유전자를 물려주셔서인지  아직까지 염색을 한번도 하지않은것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어디 그 뿐인가?
머리색깔도 인공염색약으로 흉내내기 힘든 자연갈색으로
미장원 원장님들도 부러워하는 아름다운(?)갈색머리이다.
평소에 얼굴이 무척 예뻐서 나의 시샘을 받고있던 친구는 염색을 해야하고
난 파마를 하러 미장원에 함께 가게 되었는데...
친구의 머리밑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겉은 검은색인 머리가 두피부분엔  하얗게 백발이 자라나오는것이 아닌가!!!
염색시술에 드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니...
어깨에 비닐을 쒸우고 검은 크림같은 염색약을 비닐장갑을 낀 미용사가 머리에 덕지덕지 발라주고는
다시 비닐로 감싸 매어놓은 모습이 그리도 응성시러워 보일수가 없었다.
시커먼 염색약이 얼굴 경계면까지 잠식한 모습은
평소에 예쁘디 예쁜 친구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어린아이의 어설픈 붓놀림에 망친 화선지마냥 볼품없는 모양이 되어 꼼짝없이 20분을 인내한 뒤에야
겨우 비닐모자에서 해방이 되었는데...
이 고난의 행군을 보름마다 한번씩 해야하는 의식이래니 더욱 그녀가 안쓰러워졌다.
그래...신은 모두에게 공평한거야...
난 예쁜얼굴은 안 주셨지만 질 좋은 머리카락을 주신거자나...
그것도 요즘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갈색머리씩이나...
하면서 평소 외모에 위축되어 있던 나를 추스렸다.
그런데 요즘 한동안 스트레스로 마음고생 한 탓인지  흰머리 몇개가 나타났다.
오늘 아침 거울속에 귀밑머리에 한점 희끗한 오라기 하나가 눈에 뛰었다
가차없이 뽑아내니 눈부시게 하얀 분명한 내 머리칼이다.
베트남 밀림속에서 적군을 찾아내는 맹호용사처럼 머리칼 여기저기를 들추고는 새치수색에 나섰다.
아뿔싸!!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엔 이미 여러가닥의 흰머리들이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것이 아닌가!
이제 드디어 내 우아한 갈색머리에도 흰머리칼이 점령을 시작했구나...
흰머리는 뽑아낼수록 숫자가 두배로 불어난대나...
하지만 내 마음에 아직은 흰머리카락이 용납이 되질 않는다
눈에 띄는 새치머리는 즉시 삼족을 멸하리라....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나의 갈색머리도 그 기운이 다해가는가보다.
머리색깔에 연연하지 말아야 할 시간이 다가옴이다.
나이 들어감에 의연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신의 배려깊은 신호이다.

갑자기 이 가을이 더욱 스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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