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머리를 자르고 싶어진다는것은
현재의 자아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의 표현일 수 있다.
일을 할때나..
밥을 먹을때나...
퍄뇨연습을 할때도...
더이상 아무런 느낌이 없을때...
의욕없이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볼때...
그렇게 정지되어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할때
여자는 머리를 자르고 싶어진다.
여자에게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같은 모양의 헤어스타일이 지루해서
한동안 방치해둔 머리가 어깨까지 닿을 정도로 매우 길었다.
길어진 내 머리카락만큼 나의 마음도 그 어떤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었나보다.
갈등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은 내 머릿속을 헹구고 싶어
오늘 머리를 잘랐다.
무조건 산뜻하게 잘라 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녀에게 나의 머리를 통째로 맡겨버렸다.
이내 어깨에 휘장이 둘러지고 사각사각 가위질소리가 바쁘게 귓전을 울린다.
난 출가하는 수도자인양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미용실 원장님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싹뚝 싹뚝 머리를 잘라 나갔다.
머리카락 속에 꼭꼭 숨어있던 두귀가 거울속에 드러난 뒤에야 눈을 떴다.
내마음의 일부가 베어져 나간듯한 서늘한 느낌이 잠시 귓바퀴를 돌고 지나갔다.
껑충하니 짧아진 머리가 비춰진 거울속의 내모습이 영 어색하다.
거울을 보며 잘려나간 머리카락의 양만큼 내 머리도 맑아졌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낯설은 내모습이 다시 익숙해질때 쯤이면
나의 정체성은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올수 있을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12.14.22:44 (0) | 2011.12.14 |
---|---|
흰머리 유감 (0) | 2011.11.07 |
사랑했던 마음만 남기고 싶으니까요 (0) | 2011.10.13 |
내게 사랑은.... (0) | 2011.10.13 |
사전(死前)의료 지시서 (0) | 201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