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온 편지

한성수의 베트남 편지 040 (베트남 한가위)

ds3ckb 2011. 9. 25. 18:10

 

오늘도
역시
일요일 출근
한 달째 일요일 출근이 되네요.
쉬지 못하는 현실에
몸이 표현을 합니다.
몸살로.
그저께도
또 몸 져 누워야만 했습니다.
이런 저런 할 일이 많은데…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말과 같이
몸살 져 누운 날이
쉬는 날로 되어 버렸습니다.
미리 쉬면 몸살은 겪지 않을 것이냐는
나 자신에게 하는 반문은
이제 사치스런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는데 까지 가다가
쓰러지면 그 때 쉬는 것이라고…
그러다가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면
또 가 보고…
일년에 한 번 아플까 말까 했었는데
이곳에선 4개월 동안
몇 번이나 일어나질 못하는 수준의
몸살이 �아 왔다 가곤 합니다.
건강 하라는 인사말이
실로 중요한 말씀임을 실감합니다.
여러분도 건강하세요
추석으로 되돌아 갑니다.
영화 속에서
가깝거나
먼 추억을 회상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듯이…
추석
베트남 생산매니져 미스터 빈(Mr.Vinh)이
사무실 직원을 집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오리요리를 준비 했답니다.
처음으로
현지직원의 집에 방문하는 것이라 
궁금도 하고 설레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제가 매일 출퇴근 길 옆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동네에
한국의 일반 빌라촌 같은 동네입니다.
집 마당에는 우물이 있네요
저의 어릴 적 큰집에도
마당 옆에 깊은 우물이 있어서
여름철 더울 때
풍덩풍덩 두레박을 흔들어서
철철 넘치도록 물을 담아
힘들게 힘들게 끌어 올려서 등 목을 하면
엄청나게 시원 했지요.
몇 바가지 등에 끼어 얹으면
그야 말로 등 짝이 시쳇말로 얼음 짝이 되어서
한 동안 아주 시원함을 깊숙이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귀하게 사 온 수박덩이를
우물에 담가 놓고
한 두 시간  뒤에 올려서
칼을 대면 쫘악하고 벌어지는
빨간 수박 살이 참으로 신기하고 먹음 직 스러웠습니다.

 

 

 

 

 

이곳 우물은 깊이가 2m 정도로 아주 얕은 우물입니다.
우물에서 퍼낸 물로 과일도 씻고
허드레 물로 요긴하게 씁니다.
마당 한 켠에는 탁구대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한 게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입니까?
1시간에 2만동(천원) 이라는 겁니다.
벽에 종이를 붙여 놓은 것이 요금표랍니다.
나중에 추정한 내용이지만
이 집에 방을 세를 많이 주고 있는데
탁구대를 주인집이 설치했으니
사용 시 요금을 내라 하는 것입니다.
각박한 인심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베트남의 문화로 해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담장 밑 개 집의 
점박이는
똥개는 아닌 듯하나
한 동안 짖어대더니 
손님이구나 싶어서 인지 다소곳이 잠잠 합니다.
가만히 둘러 보면 한국의 시골집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곳곳이 비슷한 모습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길렀던 우리집 멍멍이
이름은 "쫑"
진돗개 처럼 귀가 쫑긋하고 영리하고
동네에서 왕초 이었고
강아지 부터 10여 년 이상을 나의 어릴 적 시절에
기억에 남아 있는 쫑의 모습이 이곳 베트남에서 다시 생각납니다.
어느 날
개는 너무 오래 기르면 안 된다는
동네 아저씨들의 말씀 때문이었는지
쫑은 사라지고 
대신 커다란 괘종 벽시계로 되 돌아 와 안방에 걸렸습니다.
개 판 돈으로 땡땡 울리는 시계를 사면 좋다는
또 동네 입담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랜 세월 동안 안방에서
시간만 되면 쫑이 짓듯이 땡땡땡….
12시 정각에 횟수가 제일 많다는 전설?

 

 

현관을 들어서니 바로 거실입니다.
텔레비전이 있고
벽에 조개껍데기로 만든 풍경화
장롱 문짝을 떼어다 걸은 것은 분명 아닙니다.
작품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이해합니다.

 

 

살림살이는 아주 간출합니다.
큰 아들이 열심히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계십니다.
만화영화.
아빠와 똑 같습니다.

 

 

 

 

주방에 걸려 있는 옛 시절의 가족사진
어머니는 함께 모시고 살고 있고
아버님은 몇 해전에 돌아가셨답니다.
오른쪽 서 있는 아들이 미스터 빈.
앉아 있는 아들은 둘째 아들
둘째 아들은 미혼이고 운전기사가 직업이랍니다.

 

 

드디어 요리가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 시추에이션 입니까?
모~든 음식이
주방 방바닥에 널 부러져(?) 있는 거시 아니입니까아~
아~아 이 고오~
그냥 방바닥에
주욱 널어 놓고
먹는 것이
일반적인 가정집 식사 풍경이랍니다.
식탁을 사용하는 가정은
아주 잘 사는 집뿐이라고…
아무리
  "얼흠위에 댓닢자리 깔아 님과 나와 어러주글 망뎡 이 밤 더디 새거라이 "
라고 할 찌라도
주방 바닥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라~
그래도 조심스럽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곳의 문화임으로…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요리를 소개하면
오리고기 삶은 것, 오리 약간 구운 것, 오리탕
죽순탕
그리고 종지에 담은 것은 오리피
오리피의 확대사진

 

오리피가 몸에 좋답니다.
땅콩이랑, 마늘, 풋고추를 뿌려 놓았고 오리피는 엉킨 상태 입니다.
그럭저럭 저는 먹을 만 합니다.
다른 주재원은 못 먹고 난감해 합니다.
저는 어릴 적 자라 피를 많이 먹어봤습니다.
어릴 적 아들 놈 하나가 너무 약하다고
자라를 사다가 젓가락으로 약 올려서 주둥이로 물개 한 후
모가지를 식칼로 탁~
피를 받아 저에겐 먹이곤 했습니다.
처음엔 무서워서 안 먹으려고 했는데
아버님께서 아주 무서운 얼굴로 호통을 치셔서
억지로 먹다 보니
다음 번에 아~ 또 먹는 구나 하고 적응이 된 듯 합니다.
어릴 적 연약한 모습이
지금 이리도 건장(?)한 신체를 
지니게 됨은 아버님의 특별 보양식 자라피 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아. 아버님
주 요리인 오리고기 수육입니다.

 

 

오리수육을 약간 구운 듯한 요리입니다.

 

오리육수에 죽순을 넣어 만든 탕입니다.

 

한국의 깻잎 역할을 하는
베트남 모든 식탁과 음식에 들어가는 향기 나는 풀(?)입니다.
누군가는 냄새 나는 풀(?) 이라고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에게는 거부감이 있는 향입니다.

 

 

 

베트남 고추
일명 땡초 입니다.
아주 매운 편입니다.

 

 

레몬 역할을 하는 동남아지역에서 흔히 즙을 짜서
음식과 곁들이곤 합니다.

 

 

베트남 과일
이름은 아직 못 외웠습니다.
맛은 밋밋하고 한국에서도 흔히 있는 과일입니다.

 

 

다음은
베트남은 추석 때 빵을 선물하고
한국의 송편 같은 역할을 하는
문(MOON)-케이크 입니다.

추석 날에 달이 밝아서 문(MOON) 케이크이라고 하는 듯 합니다.

속에는 과일 말린 것, 사탕류, 땅콩 등 많은 음식재료가 들어 있습니다.
만두 속 같이

 

 

 

위의 문케�은
한국의 찹살떡 같은 맛입니다.
속에는 만두 속 같이 여러 가지 음식재료가 들어 있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아래 찹쌀떡 같은 케익이 더 맛있었습니다.
소개 드리다 보니
음식을 두 번 먹은 듯한 포만감이 오네요
추석 날
소개 드린 바와 같이 잘 먹고 지냈으니
걱정하시지 마세요
먹어도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 허전함이나
먹고 싶어도
먹질 못하는
허기짐이나
여러분의 추석은 어떠하셨나요
궂은 날씨와
교통체증으로
고향길이
고생길은 되지 않으셨기를…
이른 추석
풍성한 추석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이곳 베트남도
어느덧 가을이 
창 밖 문턱까지 다가와 있습니다.
온 산에 붉게 물들고
높디 높은
한국의
가을 하늘과
풍경이 그립습니다.
2011년 9월 25일(일)
한성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