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이상을 한결같이 살고 있는 우리집이 답답 하거나 지루 하지 않은것은
창문으로 내다 보이는 바깥 풍경의 다양함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번화 하거나 복잡하지 않은 길 가에 자리 하고 있는 까닭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뚜렷하지만
무엇보다 다행스러운것은 넓은 창 밖을
나무,새,정원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이엔 삼층 높이의 단풍나무가 있고
놀이터 건너편엔 중앙공원엔 평화스러운 나무가 울창하다.
거기에 고색창연한 팔각정자가 바로 코앞에 자리하고 있다.
그 나무들의 색깔과 바람의 향기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살고 있음을
큰 행복으로 알고
더 큰 평수와 고급스런 내장재로 치장한
브랜드가치 높은 아파트로 이사가지 않고 이곳을 지켜왔다.
더욱이 걸어서 2분이내에 내 평생 직장이 있으니
이보다 더 바란다면 도둑(?)이지
봄이면 색색의 붉은 철쭉이 공원둘레를 수놓아
연인들의 포토존이 되어주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색으로 삭막한 회색의 도시에 산소를 공급해주니
그야말로 웰빙라이프로 살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넓은 거실 창으로 보이는 비오는 날의 풍경은 또 어떤가
도란도란 속삭이는 빗소리에
파가니니의 바이얼린 선율을 더하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시노라면
나혼자 분위기 즐기는 로맨티스트가 된다.
온통 갈색의 낙엽이 덮인 공원 놀이터엔
중절모를 눌러쓰고 바바리의 깃을 세운 중년 남성의 모습도 보인다.
밤새 눈이 하얗게 쌓인 팔각정과
각각 키높이가 다른 나무가지 마다 소담스러이 핀 눈꽃.
아직 발자국 없는 공원 산책길이 보이는 겨울 새벽의 풍경은 얼마나 고즈넉한가...
제천시민 공유의 재산인 이 중앙공원을
난 울집 정원 이라고 끝까지 우길 작정이다.
이 정원으로 말미암아 오래도록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은퇴하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 달콩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ds3ckb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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