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밖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덩어리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에 차가운 수돗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의모습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그것이 그냥
넑두리인줄만 알았던 나.......
한밤중 잠에서 깨어 방구석 에서 한 헚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이었습니다......
이제와서 한마디 외쳐 봅니다...............어머니............사랑합니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서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단5분
그래.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품속으로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 바치고
엉엉 울겠다.
어머니의 고무신
어머니 밭에서 오시기 전 사립문은 싸르락싸르락 울고
어머니 사립문 열고 들어오실 때는 울지 않아
머릿수건 풀고 허리 펼 사이 없이 부엌으로 들어가면
꿈결인 듯 밥상이 들어오고
마지막 아버지 숭늉까지 만들어야 잠시 방에 앉는 어머니
온종일 품 파느라 호미 들고 앉은뱅이로 뜨거운 밭 오갔을 어머니
고단한 숟가락에 밥보다 졸음이 먼저 올라앉네
시큰한 콧날 괜스레 움켜쥐고
부엌 문지방에 목 늘어뜨리고 밥상을 건너다보는
백구의 엉덩이를 발로 차 내쫓고는
후덥지근 몰려드는 배나무 밭의 더운 바람에 몸을 낮추니
댓돌에 벗어놓은 어머니의 고무신
바닥으로 가득한 흙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두 손으로 어머니의 고무신 털어내니
사립문 덩달아 싸르락싸르락 울고,
(최나혜·시인, 강원도 화천 출생)
어머니 발자국
걸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아파
흉내조차 낼 수 없어
눈물만 쏟아내야 하시는 어머니!
참아낸 가슴에 피를 토해내야 했던
어머니를 헤아리지 못했다.
불효여식은.
비수 같은 언어들을 쏟아내고도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자란 줄 알았던 것은
어머니의 골절 속에 흐르지 않는
血이 될 줄을 몰랐다.
주무시다 몇 번씩 이불을 덮어주시던 것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줄 알았고.
밥알이 흩어져 떨어지면
주워먹어야 하는 줄 알았고.
생선을 먹으면 자식을 위해 뼈를 발려서
밥숟가락 위에 올려줘야 하는 줄 알았고.
구멍 난 옷을 입어야 어머니인 줄 알았다 .
밤이면 몸뚱이가 아파 앓는 소리가
방안을 휘감아도 그 소리가 관절염 속에
파묻힌 고통인 줄 몰랐다.
걸을 수 없어 질질 끌고 다니시는
다리를 보고서야 알았다.
자나깨나 자식이 우선이었고
앉으나 서나 자식을 걱정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줄 알았다.
아픈 말들을 주름진 골 사이로 뱉어 냈을 때
관절염이 통증을 일으킬 만큼
˝나 같은 자식 왜! 낳았냐고˝
피를 토하게 했던 가슴 저미는 말들.
너하고 똑같은 자식 낳아봐라
네 자식이 그런 말하면 얼마나 피눈물 나는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가 미웠다.
씻지 못할 철없는 말들을 했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머니 마음을 알려 하지만 전부는 모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뼈가 다 달아서 걸을 수 없어
고통과 사투를 벌이는 어머니!
제 다리라도 드려서 제대로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피가 마른 눈물을 어이 닦아 드려야합니까?
어머니의 발자국을 찾고 싶습니다.
어머니!
(애월 김은영·시인, 강원도 원주 출생)
연탄 갈아넣기 - 어머니 생각
허리 구부려 연탄아궁이에
연탄 갈아넣기는 어머니의 몫이었다
웬일로 연탄은 꼭 새벽에만 갈아넣게 되었던지
웬일로 그때는 또 그렇게 추웠던지
영하 10도가 넘는 새벽 두 세시 사이에
어머니는 일어나 연탄을 갈러 나가셨다
나는 알면서도 잠자는 척 이불을 덮어썼다
그리고 빈말로 어머니를 속였다
왜 저를 깨우시지 않고
연탄은 또 왜 꼭두새벽에 갈아넣어야 해요
그래, 그래야 불꽃이 좋아 아침밥 짓기가 좋지
어쩌다 내가 연탄을 갈러 나가면
어머니는 질겁해 따라 나오시며
너는 연탄내 쐬면 안돼 또 연탄은 구멍을 잘 맞춰야 하는데
너는 안돼 나를 밀쳐내시고
허리를 구부정, 연탄집게로 더듬더듬 연탄을 가시는데
폭 타버린 밑탄을 들어내고 불꽃이 남은 윗탄을 밑탄으로 앉히고
그 위에 새까만 새탄을 밑탄과 구멍을 맞춰 얹으시고
연탄아궁이 구멍을 확 열어 놓으셨다
활활 불꽃을 타고 올라오는 연탄내 때문인지
연신 쿨럭쿨럭 밭은 기침을 뱉으시며
어머니 용서하세요, 어머니 돌아가신 뒤 기름보일러에서 가스 보일러로
바뀌어 지금은 연탄 갈 일 없어졌어요
(정대구·시인, 1936-)
사모곡
길에서 미열이 나면
하느님하고 부르지만
자다가 신열이 끓으면
어머니,
어머니를 불러요.
아직도 몸 아프면
날 찾냐고
쯧쯧쯧 혀를 차시나요.
아이구 이꼴 저꼴
보기 싫다시며 또 눈물 닦으시나요.
나 몸 아파요, 어머니
오늘은 따뜻한 명태국물
마시며 누워있고 싶어요.
자는 듯 죽은 듯 움직이지 않고
부르튼 입으로 어머니 부르며
병뿌리가 빠지는 듯 혼자 앓으면
아이구 저 딱한 것
어머니 탄식 귀청을 뚫어요.
아프다고 해라
아프다고 해라
어머니 말씀
가슴을 베어요.
(신달자·시인, 1943-)
어머니의 노래
잠을 자다 눈을 뜨니
바지를 꿰매는 어머니 얼굴이 호롱불에 흔들린다
이내 노래를 부르신다
그때 부르시던 어머니 노래가
눈물인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치마를 입을 걸 그랬나 봅니다
밭을 매다 말고 낫을 들고 뛰어가시던 어머니
쥐를 때려잡으며 외치신다
" 우리 새끼들 먹을 것도 없다, 이 쥐새끼들아 "
그때 외치시던 어머니 고함이
가마솥이 흘리는 눈물인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가마솥에 불을 지피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이제는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차라리 노래라도 불러 주세요
아니 귀청 터지게 고함이라도 쳐주세요!
(박의준)
어머니의 지붕
어머니는 지붕에
호박과 무를 썰어 말렸다
고추와 콩꼬투리를 널어 말렸다
지붕은 태양과 떠도는 바람이
배불리 먹고 가는 밥상이었다
저녁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초승달과 서쪽에 뜨는
첫 별이 먹고 나면
어머니는 그것들을 거두어들였다
날씨가 맑은 사나흘
태양과 떠도는 바람
초승달과 첫 별을
다 먹이고 나서
성자의 마른 영혼처럼
알맞게 마르면
어머니는
그것들을 반찬으로 만들었다
우리들 생의 반찬으로!
(이준관·시인, 1949-)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어머니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면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되어 있다.
우리들이 항상 무엇을
없음에 절실할 때에야
그 참모습을 알게 되듯이
어머니가 혼자만 아시던 슬픔
그 무게며 빛깔이며 마음까지
이제 비로소
선연히 가슴에 차오르던 것을
넘쳐서 흐르는 것을
가장 좋은 기쁨도
자기를 위해서는 쓰지 않으려는
따신 봄볕 한 오라기,
자기 몸에는 걸치지 않으려는
어머니 그 옛적 마음을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저도 또한 속 깊이
그 어머니를 갖추고 있나니
(이성부·시인,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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