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을 告함
나는 죽음을 찬미하는 것이 아니다
목숨을 담보로
삶의 고통을 덜어내고자 함도 아니다
그저 마지막 길을 당당하게 걷고자 함이다
이제 모니터로는 남은 생을 기록할 수 없으니
내 몸에 부착된 고통의 계기판을 제거하고
가장 편안한 단추의 상복을 부탁한다
덩굴식물처럼 팔을 친친 감고 있는 링거줄
산소처럼 고요한 인공호흡기
울음 섞인 미음을 받아 삼키던 레빈튜브
충전이 바닥 난 심장을 감시하느라
한시도 모눈종이의 눈금을 벗어나지 못한
심전도 모니터링을 모두 제거해 주기 바란다
일체의 심폐소생술 또한 거부한다
사유의 파동이 사라진 육신의 신호음은
한낱 기계적 박동일 뿐이니
에피네피린과 도파민의 사용을 원치 않는다
기계의 호흡과 심박동은 이미 어긋났으니
심장마사지는 사양한다
썩은 육신을 인수해 갈 가족과
상한 영혼을 거두어 갈 神과 조우의 시간,
내 죄 값을 흥정하는 비굴한 모습을 원치 않으니
침대 주변을 말끔히 정리해 주기 부탁한다
이제 종언을 告하노니,
여태껏 밀린 치료비와 남은 죄값은
저당 잡힌 내 생의 이력서에 함께 청구해주기 바란다
제가 스스로 의사표시를 할 수없을 경우를대비하, 담당의사와 가족들에게 다음과 같은 "사전의료지시서"를 문서로 작성합니다. 저의 소망대로 실행해주기를 바랍니다.
(1) 제가 의식이 없어지더라도, 기도 삽관이나 기관지 절개술 및 인공기계
호흡치료법은 시행하지 말것.
(2) 제게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더라도 함암치료는
시행하지 말것(항암치료의 효과를 불신해서가 아니라 저의 연령과 체력의 한계 때문)
(3) 그외 이공영양법, 혈액투석, 더 침습적인 치료술도 시행하지 말 것.
(4) 탈수와 혈압유지를 위한 수액요법과 통증관리 및 생리기능 유지를 위한
완화의료는 치료받기를 바라며 임종시 혈압상승제나 심폐소생술은 시행하지 말 것.
(5) 그외 여기에 기술되지 않은 의료 내용은 대한의학회에서 공포하고 있는 최근 " 임 종환자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의료지침"에 따라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제가 바라는 사항을 충실하게 실행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저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모든 행위의 책임은 저 자신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20 년 월 일
본인 성명 :
가족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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