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약국에서

ds3ckb 2011. 6. 3. 12:26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외로웠던지 손님도 멀리 데리고 가버렸다.

파리쉐끼 한 마리 신나게 날아다닌다.

파리약이 산처럼 쌓였는데  지 명줄 짧은줄도 모르고....

약국===>한가 모드

 

"그거 한 알만 줘봐..."

눈빛===>애원 모드

"뭐요..?"

"밤에 먹는다는 거...."

" 아~~ 그거요..아버님...처방받아 오시면 드릴 수 있는데 그냥은 안되죠."

"에이....매일 오는 단골인데 그냥 줄 수 있는거 아니야...?"

눈빛===>협박 모드 

틀린 말은 아니다.

멀리서 처방을 받아도 꼭 우리 약국에 들리신다.

매번 약을 구하느라 고생은 하지만....쩝~

 

약은 벌써 조제가 끝났는데 비내리는 거리를 바라보신다.

"병원에 가서 처방을 해달라고 하세요."

"에이...이 나이에 창피해서 어떻게 가나...약사 양반.."

눈빛===>고민 모드

 75세...

 나도 저 나이가 되어 필요하다고 해도 병원엔 못들어 간다. 

 참고 말겠지....ㅋ

내 마음===>불확실 모드 

 

많이도 아니고 딱 비아그라 한 알

나이도 지긋

얼굴엔 잔잔한 미소 

삶의 여유, 넉넉함도 간직한 분이시다.

 

여유분은 있다.

처방을 받아왔는데 돈이 모자라 몇개씩 덜

가져가면 약이 남기 때문이다.

 

 내 마음===>갈등 모드

 

드릴까...말까...?

애매하다.

 

아니야...원칙이 있는데

혹시 드시고...

그 연세에 너무 무리하시면..쩝.~~~~

 

발기부전 치료제.

어쩌면 정말 필요한 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무슨 정력제로

오해하고 남용을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약 남용 모드

 

"잘 서요...?"

"글쎄요. 나도 먹어보지는 않았는데

 임상실험에서 100%는 아니고 70%는 효과가 있답니다."

 연배가 나보다 훨 아래인데 신이 나서 물어본다.

 얼굴===>황당 모드

 

군대를 갔다왔으면 비싼 돈 주고 안사도 될텐데..

이것도 모를까...?

"안 서면 서게 하라~~~" ㅋ

"죽으면 살려라.."

분위기===> 군대 모드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

나이가 들어 발기력이 떨어지는 사람.

선천적으로 그런 사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다.

 

어르신이 어깨에 힘이 빠진듯한 모습으로 약국을 나가신다.

또다시 갈등..

드릴 걸 그랬나...?

내 마음===>우울 무드

 

발명된 약 중에서 최고의 약은 아스피린과 비아그라 라나 뭐라나....

어떤 넘이 이런 걸 발명해서

오늘같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나를 갈등의 늪에 풍덩하게 만드는가?  에효~~~~~

 

창밖===>계속 비오는 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