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후..
외로웠던지 손님도 멀리 데리고 가버렸다.
파리쉐끼 한 마리 신나게 날아다닌다.
파리약이 산처럼 쌓였는데 지 명줄 짧은줄도 모르고....
약국===>한가 모드
"그거 한 알만 줘봐..."
눈빛===>애원 모드
"뭐요..?"
"밤에 먹는다는 거...."
" 아~~ 그거요..아버님...처방받아 오시면 드릴 수 있는데 그냥은 안되죠."
"에이....매일 오는 단골인데 그냥 줄 수 있는거 아니야...?"
눈빛===>협박 모드
틀린 말은 아니다.
멀리서 처방을 받아도 꼭 우리 약국에 들리신다.
매번 약을 구하느라 고생은 하지만....쩝~
약은 벌써 조제가 끝났는데 비내리는 거리를 바라보신다.
"병원에 가서 처방을 해달라고 하세요."
"에이...이 나이에 창피해서 어떻게 가나...약사 양반.."
눈빛===>고민 모드
75세...
나도 저 나이가 되어 필요하다고 해도 병원엔 못들어 간다.
참고 말겠지....ㅋ
내 마음===>불확실 모드
많이도 아니고 딱 비아그라 한 알
나이도 지긋
얼굴엔 잔잔한 미소
삶의 여유, 넉넉함도 간직한 분이시다.
여유분은 있다.
처방을 받아왔는데 돈이 모자라 몇개씩 덜
가져가면 약이 남기 때문이다.
내 마음===>갈등 모드
드릴까...말까...?
애매하다.
아니야...원칙이 있는데
혹시 드시고...
그 연세에 너무 무리하시면..쩝.~~~~
발기부전 치료제.
어쩌면 정말 필요한 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무슨 정력제로
오해하고 남용을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약 남용 모드
"잘 서요...?"
"글쎄요. 나도 먹어보지는 않았는데
임상실험에서 100%는 아니고 70%는 효과가 있답니다."
연배가 나보다 훨 아래인데 신이 나서 물어본다.
얼굴===>황당 모드
군대를 갔다왔으면 비싼 돈 주고 안사도 될텐데..
이것도 모를까...?
"안 서면 서게 하라~~~" ㅋ
"죽으면 살려라.."
분위기===> 군대 모드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
나이가 들어 발기력이 떨어지는 사람.
선천적으로 그런 사람...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다.
어르신이 어깨에 힘이 빠진듯한 모습으로 약국을 나가신다.
또다시 갈등..
드릴 걸 그랬나...?
내 마음===>우울 무드
발명된 약 중에서 최고의 약은 아스피린과 비아그라 라나 뭐라나....
어떤 넘이 이런 걸 발명해서
오늘같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나를 갈등의 늪에 풍덩하게 만드는가? 에효~~~~~
창밖===>계속 비오는 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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