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솜씨 어때요?

[스크랩] 손뜨게 조각 블랭킷 만들기

ds3ckb 2016. 11. 3. 22:14



유난히도 무덥던 지난 여름 한가운데에서
한겨울에 무릎을 따뜻하게 덮혀줄 불랭킷을 만들겠다고
푹신한 털실을 한아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등줄기에 땀이 쪼로록 흐르는 계절에 시작한 블랭킷이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에 와있는
오늘 드디어 그 대망의 완성을 했다.
첨에 뜨게질을 시작할때는 잉여놀이삼아 시작한거였는데
이건 잉여놀이는 커녕 거의 막노동수준이다.
코바늘 뜨개질을 시작한지 10분도 채 되지않아
어깨도 결리고 손가락도 삐그덕 대는데
일단 시작은 했으니 끝까지 만들어보자며 천성의 게으름을 달래기도 하면서...
몇달에 걸친 오랜 수행(?)끝에 완성된 작품으로
울 법우님들께 자랑질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만들어놓고 보니 이쁘고 묘하게 성취감 같은게 생기는 것이
벌써 다음 작품으로 무엇을 만들까 구상중인 나를 보게된다.
어깨 아프다면서 하나 사면될것을 왜 그짓을 하고 있느냐며
핀잔을 주는 울집 처사의 나무람을 묵묵히 감수하며
시간으로나 품으로나 재료비까지 따져보면
기성품을 사는게 훨씬 경제적이기도 하지만...
머리가 아닌 내몸이 손뜨개를 추억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 했을 무렵...
엄마는 우리가 잠자는 머리맡 흐릿한 호롱불 밑에서도
환히 잘보이는듯 손뜨개를 익숙하게 뜨셨다.
빠르게 실이 감기고 긴 대바늘이 움직이면
마술처럼 예쁜 털 스웨터가 만들어지곤 했다.
그렇게 완성된 스웨터를 입고 학교에 가기 전날 밤이면
설레이는 마음에 쉬이 잠들지 못햇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때의 엄마 나이보다 두배정도나 되는
지금의 내 나이에 엄마의 손뜨개를 떠올린다.
허둥지둥 바쁘게 살아온 세월앞에 그 따스함과 여유로움 포근함이
무뎌진 마음을 말랑거리게 한다
짝사랑하던 아이에게 쓰고 지우다 끝내 부치지 못한 손편지처럼
손뜨개는 유년시절로 돌아가는 또하나의 설레는 추억이다.
바쁜 일상의 틈사이에서 간간이 짬을내고
불면증으로 밤을 지새울때 꺼내어 뜨는 블랭킷은
느릿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나의 손끝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블랭킷이
공장에서 기계로 정교하게 짜여진 최신 담요처럼 세련되지 못하지만
나의 정성이 한올한올 스며있어 값비싼 메리노울 보다 더 따스하고 포근하다.

 

 

 

 

 

 

 

 

 

 

 

출처 : 청풍명월 청운회
글쓴이 : ds3ckb(한외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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