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여의 차이는 무엇일까?
시인 문정희와 임보는 ‘치마’와 ‘팬티’를 상징어로 들어
남과 여의 차이를 시로 썼다.
시에 그려진 남과여의 모습은
철학보다 더 심오하고 그림보다 더 선명하다.
얼핏 문학성이 넘쳐 예술로 승화되는가 싶더니 이내
19禁 아니 29禁 정도 되어보이는 진한 에로틱의 詩語들속에서
얼굴이 붉어지며 책장을 덮었던...
예전의 제겐 다소 충격으로 다가왔던 시를 님들께 소개합니다.
-문정희-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동국대 국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졸업
진명여고 재학시 시집 <꽃숨> 발간.
1969년 <월간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옴.
1976년 제 21회 현대문학상 수상.
2004년 제16회 정지용문학상
시집 <꽃숨> <문정희 시집>, <새떼>,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왜 흐르는가>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대>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사랑아>등
"제목 : 치마"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는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하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드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무언가 확실히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 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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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치마”에 대한 임보 시인의 답시입니다
- 임 보 -
본명은 강홍기, 1940년생, 순천출신으로 전 충북대 교수
"제목 : 팬 티"
그렇구나
여자들의 치마 속에 감춰진
대리석 기둥의
그 은밀한 신전
남자들은 황홀한
밀교의 광신도들처럼
그 주변을 맴돌며
한평생 참배의 기회를 엿본다
여자들이 가꾸는
풍요한 갯벌의 궁전
그 남성 금지구역에
함부로 들어갔다가 붙들리면
옷이 다 벗겨진 채
무릎이 꿇려
천 번의 경배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런 곤욕이 무슨 소용이리
때가 되면 목숨을 걸고
모천으로 기어오르는 연어들처럼
남자들도 그들이 태어났던
모천의 성지를 찾아
때가 되면 밤마다
깃발을 세우고 순교를 꿈꾼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상상해 보라
참배객이 끊긴, 닫힌 신전의
문은 얼마나 적막한가!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를
남자들이 지녔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보라
그 소중한 열쇠를 혹 잃어버릴까봐
단단히 감싸고 있는 저 탱탱한
남자들의 팬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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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중재시입니다.
-정성수-
"제목 : 옳거니"
( 문정희 시인의 [치마]와 임보 시인의 [팬티]를 읽고....)
치마를 올릴 것인지? 바지를 내릴 것인지?
이것이 문제로다
그렇다
세상의 빨랫줄에서 바람에게 부대끼며 마라가는 것
또한 삼각 아니면 사각이다
삼각 속에는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이 있고
사각 속에는 그 깊고도 오묘한 문을 여는 신비의 열쇠가 있다고
문정희와 임보가 음풍농월을 주거니 받거니
진검승부를 펼친다
옳거니
방패 없는 창이 어디 있고
창 없는 방패가 무슨 소용이리
치마와 바지가 만나 밤은 뜨겁고 세상은 환한 것을.
-임사야-
“제목 : 야간전투의 전설”
(문정희, 임보, 청마, 프로이드, 이육사, 영랑, 만해, 맥아더 등을 범벅한 듯 하네요..)
그 어느 신전의 전설이더뇨.
태초에 전사들은
치마를 뒤집어 깃발을 만들었다
그들의 시퍼런 검광이 곧추서고
탈진한 승리의 아우성으로 깃발을 꽂을 때면
메마른 성전에도 생명의 샘물이 솟아 넘쳤다.
깃발은
저 깊은 죽음의 심연을 향한
원초적 노스탤지어의 우회로. 전사들이 검에 매단 쌍방울에
맹세로 새긴 문신 두글자는
돌. 격.
아무리 굳게닫힌 성전일지라도
전사들의 핏발선 마스터키로
열리지 않는 성문이 없었으니 승리의 절정에서 그들이 전율할때
신전의 꼭대기에 걸린 치마들도 같이 떨며 펄럭이고,
샘물은 솟아올라
환희를 합창했다.
그렇지만
전사들은
절정의 허무를 미처 채우지못해
더 달콤한 샘물에 목말라
머언 우회로를 돌아, 돌아
다시는 귀환하지 못할
기나긴 원정을 떠나곤 했다.
다시 천고의 세월이 흐르고
새벽닭도 목이 쉬어갈 즈음
전투와 전투속에 지쳐가는 전사의 어깨 뒤로 슬며시
찬란한 슬픔의 봄이
꽃에 실려 돌아오고
기상나팔 소리가
곡마단 트럼펫 소리처럼 애닯을때
노병은,
이빠진 역전의 칼날을
피나도록 움켜잡고,
희미한 옛 영광을 쓰다듬는다.
영롱히 춤추던 검의 꽃술도
귀밑머리와 함께 색을 잃었구나
하늬바람에 나부끼던 치마들도
이제는 깃발이 되어 유혹하지 않는구나.
신전의 그친 샘물에
전사여 고인침을 뱉어라.
내걸린 치마들을
얼굴로 돌아보지 마라.
이윽고 밤이
도둑처럼 걸어오면
노병은
녹슬은 훈장을 가슴에 묻은채
헤지고 빛바랜 깃발에 경배하며
마지막 야간전투를 향한
출정의 정념을 불태울때,
출진의 북소리는 오히려 잦아들고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지 않으니,
밤하늘에 아련한
취침나팔 소리를 듣고서는
신전에 넘치던 샘물은
다시는 애써 솟지도 마라.
하지만,
노병은
죽지않고,
다만 목놓아 울다가 사라질뿐.
전설은 이렇게 다시 시작한다.
처음 접할때는 낯을 붉히며 읽었는데 인제는 그저 그렇습니다.
아름다운 언어로 맛깔나게
참으로 절묘하게 잘 묘사한 시인의 언어구사 능력이 부럽기만 합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3대욕구는...
식욕, 수면욕, 성욕, 이라 한다.
먹어야 살고, 잠을 자야 에너지를 충전하고, 성으로 종족을 유지하는것.
헌데 식욕과 수면욕이야 당연지사로 알지만....
성욕은 어딘지 모르게 감춰져야 할 치부로 부끄럽기만 하죠.
하지만....시인이라면 좀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한동안 인터넷계를 휩쓸며, 배틀로 이어졌던
문정희의 “치마”와 임보의 “팬티”
또 이를 중재한 시들이 난무했다고 하네요.
일반 시들과 달리
치고, 받고, 또 중재를 하는거 보면...
역시 성은 지대한 관심사 임엔 틀림이 없는거 같습니다.
청운님들도 한번 평가해 보시죠.....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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