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The Page Tuner"|

ds3ckb 2010. 11. 30. 16:48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시민회관 음악감상실에서 열리는 11월의 마지막 화요음악교실에서

엘레강스 스릴러 음악영화 "The Page Tuner"를 감상했습니다.

 

꿈을 잃은 한 여인의 치밀한 복수극.

가난하지만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멜라니.

그녀는 부모님에게 반드시 유명 음악학교에 합격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시험장에서 심사위원장인 아리안의 행동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진 멜라니는 연주를 망치고 결국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는 아픔을 겪게 된다.
10년 후, 멜라니는 아리안 남편의 회사 인턴이 되고

아들의 가정교사로 아리안의 집으로 들어가지만 아리안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멜라니에게 혼자서는 피아노 연주가 힘들다며 악보 넘기는 일을 부탁한다.

페이지 터너의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아리안의 든든한 보조자로 인정받은 멜라니...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 뒤로 서서히 10년 전 자신의 꿈을 망친 아리안을 향한 복수를 시작하는데...
영화내내 깔리는 클래식음악이 묘한 긴장감을 주며 한 여인의 철저한 복수극이 펼쳐지는데

폭력장면 하나없이 심리적인 복수로 상대를 철저히 파멸시키고야마는...

Page Tuner란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라는 뜻도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된 상식.

 

무대 위에 감춰졌던 존재, 제 2의 연주자 페이지 터너
‘페이지 터너(page turner)’란 악보 넘기는 사람을 뜻한다.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하다 보면 악보를 넘길 손이 모자라게 되는데

이때 연주자 옆에서 악보의 페이지를 넘겨주는 사람을 가리켜 ‘페이지 터너’라고 부른다.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연주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호로비츠의 말처럼

페이지 터너는 복잡하고 어려운 연주에서 특히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연주에 집중하고 있는 연주자 대신 악보를 넘겨줘야 하는

페이지 터너가 악보를 너무 빠르게 넘기거나,

너무 늦게 넘기면 연주의 흐름을 끊어 연주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피아니스트와의 호흡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실제 연주회에서도 악보 넘기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연주자가 박자를 놓치는 일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며

영화 속에서 아리안이 호흡이 잘 맞는 페이지 터너와 연주하고 싶어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페이지 터너는 악보를 넘기면서 연주자를 가려선 안 되고,

연주자를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가장 수수한 의상을 입어야 하며,

몸에 액세서리를 해서도 안 된다.

예민한 피아니스트는 페이지 터너의 긴장된 숨소리에도 영향을 받곤 하기 때문에

드니 데르쿠르 감독은 ‘페이지 터너의 역할은 일종의 자기소멸’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언제나 연주자 다음에 무대에 올라야 하고,

연주가 끝난 후 우렁찬 박수갈채가 쏟아질 때도

의자에 앉아 연주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페이지 터너.

객석에 앉아 느긋이 연주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그 중요성을 쉽게 알 수 없는 무대 위의 또 다른 연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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