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이라면 그러지 말아라
사랑하지도 말고
울거나
아파 하지도 말아라
사랑은 없단다
가슴이 저리고
나 혼자만 춥고
칼날 같은 코트깃에 아프고
감미로운 커피향에 젖어 울고
여시같은 바람결에 그리웁고
혼자인 밤이 서럽게 슬픈 것은
사랑 때문만은 아니고
가을이 온 때문이다

나 때문이라면 그러지 말아라
세상에 사랑할 사람은 많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배가 부르고
양글한 한아름 꽃다발 안겨주는
그런 사람은 많다
나때문이라면 그러지 말아라
사랑하지도
울지도 아파하지도 말아라
너를 껴안고 함께 울어야 하는 것과
너를 만지며 내 슬픔을 내어 보이는 것과
너를 흔들며 긴밤 다 보내고 아침을 맞자 하는것은
사랑 같지만 사랑이 아니다
조금은 아프겠지만
조금은 눈물도 나고
조금은 분하기도 하겠고
조금은 아쉽기도 하겠지만
사랑은 없다
죽을것만 같아도
진짜 죽을 것만 같아도
보냈던 사랑이 그렇게나 많은데
사랑은 없다
나 때문이라면 울지도 말아라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봄이 오면
너에게서
사랑도 없고
나도 없을 것이다

눈물은 흐르다 보면
나오다 보면
언젠가는 마르고
사랑도 그렇게
눈물따라 마른다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