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영전에
2017년 4월 6일 오후12시 40분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임종실 창문으로 내려앉을쯤...
저희 아버지께서는 향년92세로
한번 가시면 소식없는 어려운 주소로 떠나셨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맑고 화창한 꽃같이 이쁜 봄날..
아버님을 포근한 안식처에 잘 모시고 왔습니다.
부모님을 여윈 세상의 모든 자식들의 마음이 그러하듯
저 역시아버님을 보내드리고나니
오직 평생 자식들을 위해
세상의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막아 주시던
든든한 울타리가 무너진듯
절절한 슬픔이 밀려옵니다.
우리들의 부모님...
그 누구라도 그러했을 터이지만
제 아버지는 남다르게 고된 삶을 사셨습니다.
비록 배움이 깊진 않아도
학식을 통달한 위인보다 더 고매하신 삶을 사셨습니다
어느때부터인지 딸자식을 알아보지 못하시고
깊어가는 치매를 앓으시는 와중에
폐렴까지 덮쳐서
고령에 쇠약해진 육신으로
결국 병마를 극복하지 못하셨습니다.
제곁에 계시는동안
아버지의 빈 마음자리 구석구석을
다 챙겨드리지 못하고
효도는 커녕 살가운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던 딸자식은
아버님의 유해 앞에서 할 말을 잊은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만고에 이런 죄인이 어디 있을까요.
후회의 눈물을 흘려보지만
아버님은 더이상 제 얼굴울 보지 못하시고
제 음성을 듣지 못하십니다.
의식을 잃고 누워계신 병상의 시간들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아버님은 이제 육신을 벗었습니다.
평생을 남에게 한 오리의 폐도 끼치지 아니하시고
베풀기만 하셨던 아버지의 삶은 진정 성인의 삶이었습니다.
아버님영전에서
이러저러 얽힌 사연으로
서먹했던 자식들의 화해를 간구하는 저는
돌아가신 후에도
아버지께 바라기만 하는 몰염치한 여식입니다.
아버님 영전에 직접 오셔서
긴시간 시다림을 집전해주신 주지스님과
동참하여 주신 신도님들께 엎드려 절합니다.
영가의극락정토 왕생을 발원하여 주신 스님의 염불에
아버지께서는 분명히 극락왕생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저의 아버님의 빈소에 원근을 마다않으시고
찾아주신 법우님들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아버지께서 크게 흡족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딸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저리도 많구나"
하고 생각하셨을 테니까요.
장례식장에 직접 찾아주시고
또는 간접으로 마음을 전해주신 법우님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마움을 잊지않고 사시사철 보은을 다짐합니다.
2017년 4월8일
불효여식 한외숙 배상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