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일지
울엄니께서 입원하고 계신 ○○병원 4○○호실
4인병동의 스케치..
겨울 한낮의 창문으로 총총 스며드는 햇살
알루미늄 침대옆에 대기중인 휠체어가
중증의 보행장애인 엄니의 상태를 대변해준다.
그옆에 접어둔 보행기는 언제쯤 사용이 가능할지...
마주보는 침상에
호흡기질횐을 앓고 계시는
82세의 할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그옆 침상에는
54세의 척추환자가 끄응
깊은 신음소리를내며
석고상처럼 누워있다.
엄니의 왼쪽침상에는
56세의 무릎관절 환자가
옆에서 ...앞에서...
부대끼며 석방되는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느릿느릿 흘러가는 입원실의 시간은 하루가적어도 25시간정도는
되는듯 느껴진다.
혈압,체온,수액교체.상처소독,
치료졔 주사등으로
여러명의 담당 간호사가 들락이기를 수십번..
밤10시가 가까이 되어서야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어지고
보호자들도 각자
고달픈 육신을 보조침상에 누인다
엊그제는 창밖으로 하얀 눈송이가
펄펄 날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엄니께서 골절상을 당하지 않으셨더라면
누구에겐가 만나자는 전화를하고
즐겁고도 지루한 기다림을 했음직한
상상에 젖는날도 있다
엄니께서 고관절 수술한지도 이미 3주차.
이젠 병동생활도 제법 익숙해져서
번잡한 낮시간에도
짬짬이 눈을 붙이고
졸음을 영접할때도 있다.
환자들이야 고통과 힘겨운 싸움을 하지만
보호자들은 그 고통을 함께 나눌수 없는
또 다른 고통에 마음을 졸인다.
그간 나랑 둘이서 교대로 병동을 지켜주던
큰올케가 20여일 계속되는 야간당직에 너무 무리를 했나보다
평소의 이킬레스였던 허리가 기어이 고장을 일으켰나보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아침교대를 하고나서
집에가서 푹 쉬라는 당부를 함께 차에 실어보냈는데..
웬일...너댓시간후에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갈이 왔다.
미련한 사람
그리 힘들면 미리 귀뜀이라도 할 것이지...
허리가 불편한 정도로만 알고 있었더니 기어이 화를 키웠구나...
매는 먼저 맞는것이 낫다고 했던가..
내가 가족중에서 제일먼저
지독한 독감으로
거의 한달여 시들버들대다가
겨우 살아날 즈음..
지난 연말 12월29일 오전07시30분경
엄니께서 방안에서 쿵! 소리와 함께
고관절 복합골절로
인공관절수술을 하신지
20여일째 악전고투중..
둘이서 주야교대로 간병에 지친 큰올케마저
급기야 입원침상에 누워
주렁주렁 수액제를 달고 있으니
이거 굿이라도 해얄지...
오늘 우리보다 훨씬 오래 입원하고 있던
신부전증과 당뇨,호흡기등 복합증세환자가
병세가 호전되어 싱싱한 얼굴로
입원실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만끽하듯
남은 환자들에게
쾌유를 당부하는 덕담을 남기며
씩씩하게 나간다.
먼저 나가는 이의 당부를
우리는 뼈에 새긴다.
암요... 그래야구말구요...
울 엄니 역시 저들처럼 나갈 수 있으리...
맞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며
이 억압이 풀려진
저 세상으로 뛰쳐가리라...
병신년에서 정유년으로 넘어가는 연말연시를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보냈으니
이제 올 한해는 경사로운 일만 줄 서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