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하늘을 나는 아라비아 숫자 / 함민복

ds3ckb 2016. 9. 12. 22:27
하늘을 나는 아라비아 숫자 / 함민복


계좌번호 012-24-0460-782
비밀번호 3322
호출번호 96
대기인원 12
자본주의의 심장 은행을 나와
한일병원을 향한다
3호선을 타고 가다 <423>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413> 쌍문동에 하차한다
한일병원 접수번호 300
대기인원 112
차트번호 88871
간이계산서 공급처 210-82-03667
약지급번호 349
티브이 채널 4 유선방송을 보다
전화번호 299-0446에 전화 걸다
약을 지급 받고
택시 서울 1바 4320을 타고
지하철로 돌아온다
삐삐삐......
하늘을 날아온 아라비아 숫자가
청바지 입은 여자의 허리춤에서 울고
핸드폰으로 날려보내는 아라비아 숫자들
공중에서 부글거리는 숫자들
대통령도 기호로 뽑는 시대
법조항이 세상을 다스리고
숫자로 숫자가 세상을 통치한다
숫자에 주눅이 들어 담배를 물면
88 EIGHT EIGHT 바코드 88003559
숫자 하나만 틀렸어도 일과가 어긋났을
국제질병번호 300인 사내는
숫자들 간의 인연으로 하루를 살아냈다
숫자에서 해방되기 위해 잠자리에 든
사내의 밤을 지키는 붉은 불빛
전기장판번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