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올렛길 풍경
새벽 올렛길 풍경
나이들어감에
무릎관절이 션찮은 나는
평소에 특별한 심폐운동을
따로 하지 않기에
운동부족을 실감하던 중이었는데
재작년 가을부터쯤
울집 처사의 고교동기님들의
새벽등산 모임에
합류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총인원 9명의 조직원(?)이 모여서
매주 화,목,토요일
새벽 5시30분에
우리동네 백곡저수지에서 집결하여
왕복 6km남짓의 백곡산에 오른다
가쁜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깔딱고개가 있는것도 아니고
평지를 1km 정도걷는
워밍업을 시작으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호젓한 산길을 걸어서
백곡산 8부능선의 쉼터를 반환점으로
약 두시간이 소요되는
아침운동으로는 다소 긴 코스이다
겨울철엔 새벽6시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해드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하산할때까지도
주위가 어둑할때도 있다
혹한의 추위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 날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참여하려 의지를 다진다
매번 달콤포근한 새벽잠의 유혹과
씨름하지만 결국 떨쳐 일어나
신발끈을 조인다
집을 나서기까지
다소의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출발점에서 만나는 동지들과
세상이야기도 나누며
하산할때의 상쾌함은
매번 뿌듯한 성취감을 맛본다
오가는길에 마주치는
정겨운 자연의 모습은
사계의 변화를
먼저 느끼게 해주고
숲속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다람쥐며 지저귀는 새소리는
혼탁한 소음에 시달리던
도시인들의 눈과 귀를
청량하게 씻어준다
어느방향을 바라보아도
솜씨좋은 화가의 날렵한 붓놀림으로
잘 그려낸 풍경화가
눈앞에 펼쳐지는것이다
이 세상에 사람이 없는 자연은
더욱 푸르고 맑은
파라다이스가 펼쳐지지만
반대로 자연이 없다면
사람은 곧 멸망할 것이니
어찌 소중한 자연이 아니겠는가?
사람에 의해서 훼손되고 사라져가는
자연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길가 나무들에게서는 녹색기운이.
땅에서는 흙내음이.
바람에서는 따스한 손길이.
하늘에서는 부드러운 포근함이.
냇가에서는 경쾌한 찰랑임이.
이렇게 색으로.
향으로.
소리로.
자연은 내게 가까이 다가 오고있다.
새벽산길을 걸으며
다시 생각해보니
난 참 좋은 곳에 살고있어.
다만 감사할 줄 몰랐던 거지.
이런 선물은 대체 누가 준비한 것일까?
그대와 함께 걷고 깊은
우리동네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