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팔
약 보름전부터
왼팔이 저리고 아프다가 급기야 감각마저 무뎌지는 마비증상이 생겼다.
한밤중에도 저린팔은 곤히 잠든 나를 여러차례 깨우기 일쑤였다.
...
이 무슨 변고인가 싶어
꿈속에서조차 몸서리쳐지는 침을 맞으러 한의원엘 갔다.
내게 침술이란...
전에 엄니께서 침맞으시는것을 몇번인가 눈팅으로만 보고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큼 공포의 치료법이었다.
어딘가 쑤시고 결리는데가 있어도 파스몇장 붙이는것으로
최선의 치료를 했노라 배짱을 부렸건만
이번만은 사정이 그리 녹록치가 못하다.
수시로 저린팔은 이대로 미련을 피우다가는 반신불수까지????
차라리 암이 더 착한병이라고 하지 않던가?
마침 지인의 동생분이 원장으로 있는 한의원엘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렸더니
"아이구...형수님..무슨일을 이리 많이 하셨길래..."
하면서 내 팔뚝이며 어깨에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거침없이 바늘을 꽂아대는것이 아닌가?
바늘이 내 살점을 뚫을때마다 온몸이 오그라드는 지독한 형벌을
일주일째 매일 계속하고 있다.
그 뿐인가...
뜨거운 쑥뜸을 팔 전체에 올려놓고 화형(火刑)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제는 몸전체에 순환이 안되는것 같다며 손가락,발가락,장딴지등 마치
한복저고리 꿰메듯 바늘을 찔러대신다.
내몸 군데군데가 고슴도치 형상을 한 다음에야 적외선 등을 쪼여주는것으로
긴 고문은 막을 내린다.
이리 참혹한 치료를 일주일 가까이 지속했지만
더 심해지는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개운하지도 않은 상태라고하니
고개를 갸웃하시던 원장님 말씀이 더욱 가관
"형수님...
요즘 밤잠을 푹 못 주무시나요?
"네... 새벽잠을 설치곤 하는데 그건 나이탓인줄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속이 답답하진 않으세요?
"아,네... 저..
어떨땐 이유없이 초조해질때도 있어.......요
갱년기 증상인줄로 알고 있...."
"형수님..할 만한 침술,뜸,전기치료등 거의 해 보았는데 아직 차도가 없으신걸보면
아무래도 가슴속에 화(禍)가 있는거 같습니다.
이 증상은 침으로는 조금 한계가 있습니다"
이거이 팔이 저리다고 왔는데 무슨 홧병까정???
하긴 며칠전 옆지기랑 아주 사소한 문제로 입씨름을 한뒤로 여직
속을 곰삭이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글타고 무슨 조선시대 청상과부댁 외며느리도 아니공..무슨 화까지 생겼을꼬?
에잉~~ 이젠 아예 내 왼팔이랑 맞짱을 뜨기로 작정했다.
네가 감각이 뺑소니를 치든...마비가 오든..
이제부턴 오른팔,왼팔 따로 흔들거다
나의 왼팔은 당분간 왕따시키기로...
주인님의 따스한 관심이 그리울때 다시 돌아오라...나의 왼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