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여유를 음미하는 시간, 티타임
반가운 사람을 만나거나 비즈니스 모임을 할 때,
그리고 아무 방해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을 때.
저마다 이유는 달라도 차 한잔은 일상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쉼표이자 여유다. 잔잔한 오후의 햇살을 음미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티타임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녹차처럼 발효되지 않은 차는 다구의 보온력이 강하면 떫은맛이나 쓴맛을 내는 성분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보온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자기 재질의 다구(茶具)로 차를 우린다.
차를 우리는 도구를 다구라고 하는데,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한 백자나 청자,
겨울에는 질감이 따뜻한 분청이나 흑유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유리 다구를 통해 뜨거운
물에 찻잎이 피어나는 모습을 눈으로 감상하며, 차를 음미하는 이도 많다. 다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찻주전자인 다관과 물 식힘 그릇인 숙우, 찻잔과 찻잔 받침이
필요하다. 잔과 찻잔 받침이 부딪치는 소리를 막기 위해 받침을 나무나 천으로 만든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
홍차를 우릴 때 필요한 도구는 티웨어(Tea Ware)라고 한다. 홍차를 우려내는 찻주전자인
티포트(Tea Pot)와 홍차용 찻잔은 보온성이 뛰어난 자기를 사용한다. 티포트는 원형을
선택함이 차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티포트 안에 거름망이 있는 것은 편리성은
높지만, 찻잎이 충분히 우러나기 위해선 찻잎을 넣고 나중에 걸러내는 편이 좋다. 홍차용
찻잔은 커피용 찻잔보다 잔의 두께가 얇아 가볍고 높이는 낮되, 윗부분이 약간 벌어진
형태다. 한눈에도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로 장식한 찻잔은 입구가 넓고 깊이가 얕아 은은한
홍차 빛깔을 눈으로 감상하는 재미를 더한다. 티웨어로는 티포트와 찻잔, 우려낸 찻잎을
거르는 거름망 용도의 스트레이너(Strainer), 설탕을 담아두는 슈거볼, 차를 우리는 동안
티포트에 씌워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덮개 티코지(Tea Cozy) 등이 있다. 영국식 밀크티
스타일로 마실 땐 밀크저그(Milk Jug)에 우유를 담아 낸다. 정석으로 하자면 티포트는
홍차를 우리는 용도와 우린 홍차를 걸러 담아 마시는 용도로 2개가 필요하다.
커피잔은 용량에 따라 드미타스 컵(70~80cc), 일반적인 레귤러 컵(100~150cc), 묽게
많은 양을 마실 때 사용하는 모닝컵(160~180cc), 머그잔(180~250cc) 등으로 나뉜다.
드미타스(Demitasse)는 일반 커피 양의 1/2만 담기는 컵으로, 서양에서는 풀코스의 정찬이
끝나면 보통 드미타스 컵에 에스프레소 타입의 커피가 담겨 나온다. 에스프레소 전용 잔의
두께는 일반 잔보다 두꺼운데, 추출 속도가 빠른 만큼 식는 속도도 빨라 보온 효과를
높이기 위함이다. 카페라테는 200~300mL 용량의 큰 잔에 제공되며, 유럽 등지에서는
유리잔을 쓰기도 한다. 카푸치노는 카페라테 잔과 흡사하며 크레마와 풍부한 우유 거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잔이 오목하고 150~200mL로 카페라테보다 작은 잔을 사용한다.
차가운 아이스커피는 유리잔에 내는 것이 맞다.
티타임은 시간의 강박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품질이 좋은 차를 예쁜 그릇에 담아
내도, 차를 우리는 시간과 마시는 시간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티타임이라 할 수
없다. 홍차는 찻잔과 티포트에 뜨거운 물을 미리 따라서 예열하는 것이 정석이다. 차가 식는
걸 막기 위해서다. 찻잎 3g 정도를 티포트에 넣고 300mL 정도의 갓 끓인 물을 따라 3분
정도 기다린다. 예열해둔 물을 따라 버리고 빈 티포트에 스트레이너를 걸쳐 찻잎을 거르고
홍차를 나눠 마시면 된다. 굳이 정석을 따르지 않고 머그잔에 티백 홍차를 마실 때도 3분은
지키는 것이 좋다. 찻잎이나 티백을 건져내지 않으면 쓴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3분이 지난
뒤엔 반드시 건져낸다.
홍차는 설탕, 시럽, 레몬, 우유, 위스키 등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맛과 향을 더하기도 한다.
1662년 영국 찰스 2세 왕자에게 시집온 포르투갈 공주가 혼수품으로 홍차, 티웨어, 설탕을
챙겨 왔는데, 이때부터 영국 귀족은 홍차에 설탕을 넣어 마셨다. 홍차의 맛과 향을 그대로
즐기기 위해 설탕이나 우유를 첨가하지 않은 것을 스트레이트 티라고 한다. 영국식
밀크티는 일반 홍차를 우릴 때보다 물을 적게 넣고 5분 정도 진하게 우려서 낸다.
저온 살균 우유를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따뜻하게 데워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신다. 이때 우유를 너무 뜨겁게 끓이면 얇은 막이 생기면서 우유의 비린 냄새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미국식 레몬티는 떫은맛을 적게 내기 위해 홍차를 1분 정도로 짧게
우린 후 레몬을 넣고 2~3회 저은 뒤 레몬을 꺼내고 마신다. 커피숍과 같은 매장에서
마실 땐 레몬즙을 짜는 기구가 함께 나오거나 컵 가장자리에 끼워 나오거나 때로는
홍차에 레몬을 띄워 나온다. 요즘은 복숭아·초콜릿·캐러멜 향 등 찻잎에 다양한 향을
첨가한 가향 홍차를 즐겨 마시기도 한다.
녹차는 발효시키지 않고 찻잎 성분이 그대로 유지돼 물 온도와 시간에 매우 민감하다.
뜨거운 물에 우리면 차 맛이 떫어지고, 물의 온도가 낮으면 차 성분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아 싱겁다. 참고로 홍차와 같은 발효차는 녹차보다 높은 온도에서 우려야 맛과 향을
제대로 낼 수 있다.
녹차 역시 다관과 찻잔을 따뜻한 물에 예열하고, 녹차를 우리기 적당한 물의 온도는
60~70℃로 다기를 통해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는 온도가 좋다. 다기를 손으로 잡았을
때 너무 뜨겁다면 차를 우리기에는 너무 높은 온도다. 고급 잎차일수록 물의 온도를
50~60℃로 낮추고, 2~3분간 우린다. 티백 녹차는 잎차를 우릴 때보다 더 뜨거운
70~80℃에서 1~2분 재빨리 우려야 맛있다.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땐 30초
정도만 짧게 우려낸다. 다구를 갖춰서 마시기 번거롭다면 머그잔에 따뜻한 물을 넣고
잎 녹차를 한 스푼 넣은 후 잎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윗물만 마시면 된다. 원두커피용
커피 메이커를 이용해 필터 위에 찻잎을 넣고 물을 부어 마실 수도 있다. 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에겐 구수한 맛이 나는 현미녹차나 덖음차가 무난하고,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선호한다면 증제차가 알맞다. 손님을 접대할 땐 차의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첫물차 같은 고급 차가 어울린다.
손님에게 대접하는 차에도 매너가 있다
집으로 손님을 식사에 초대한 경우엔 차는 식탁이 아닌 거실에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사가 끝나면 주인은 거실로 자리를 옮겨 차를 권하는 게 정석이다.
커피잔을 쥘 때 권총을 쥐듯 구멍에 손가락을 끼우는 매너는 유럽에서는 품위 없는
행동으로 간주한다. 제대로 쥐는 방법은 손가락을 구멍에 끼우는 것이 아니라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를 이용해 가볍게 손잡이를 쥐는 것이다. 물론 부피가 큰 머그잔이나
레귤러 커피잔은 예외다. 이때는 안전하게 쥐는 것이 목적이므로 손잡이에 손가락을
넣어도 무방하다. 간혹 커피잔을 쥘 때 새끼손가락을 하늘을 향해 곧게 뻗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제스처는 예의에 어긋난다.
홍차를 낼 때는 취향에 따라 마실 수 있도록 티포트에 뜨거운 물을 별도로 준비한다.
손님은 티포트를 들지 않기 때문에 주인이 적절하게 따라줘야 한다. 밀크티를 마실
때는 우유와 설탕을 함께 준비하고, 슈거볼에 각설탕을 담아 내놓을 때는 집게를
함께 세팅한다. 차와 함께 간단한 쿠키나 케이크를 대접하는 것도 잊지 말자. 커피와
차를 마실 때는 컵 안에 티스푼을 꽂아두어선 안 된다. 물론 손님에게 대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잔의 손잡이 방향과 티스푼의 위치가 동일하게 내는 것이 맞다. 보통은
오른손잡이가 많기에 손님을 기준으로 손잡이가 오른쪽으로 오게 대접하되,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안 경우엔 집기 편하도록 왼쪽 방향으로 낸다. 서서 커피나
홍차를 마실 때는 왼손으로 찻잔 받침을 잡고 오른손으로 잔을 들어 마신다. 밀크티는
찻잔의 9 정도를 채워 마시므로, 처음 마실 땐 흘리지 않게 잔과 받침을 들고 마신다.
여성은 컵에 립스틱 자국이 남으면 손가락으로 닦아낸다.
손님의 경우, 각설탕은 집게가 준비된 경우가 아니라면 손으로 집어도 무방하다.
각설탕을 넣은 뒤엔 무리하게 젓지 말고 천천히 녹을 수 있도록 뜸을 들인다. 각설탕이
아닌 설탕을 뜰 때는 자신의 티스푼을 사용하지 않고 함께 준비된 공용 스푼을
사용한다. 홍차나 녹차 티백을 대접받았을 땐 왼손을 이용해 실 끝의 태그를 잡고
오른손으로 티스푼을 잡고 티백을 살짝 짠 뒤 컵 위쪽에 놓는다.
티하우스에서 오후의 티타임 즐기기
친구나 비즈니스 파트너와 커피숍이나 티하우스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메뉴판을
가득 채운 생소한 커피 이름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커피 종류를 알아두는 것도
유용하다. 30초라는 빠른 시간 동안 원두커피 진액을 추출한 것을 에스프레소라고
한다. 커피숍의 메뉴 대부분은 에스프레소가 기본이 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더해 마시는 것이다. 에스프레소에 스팀
밀크라는 데운 우유를 섞은 것이 카페라테, 진한 에스프레소에 두툼한 우유 거품을
얹어 내는 것이 카푸치노다. 우유 거품 위에 시나몬이나 코코아 파우더를 뿌려 내는데
유럽 등지에서는 카푸치노를 주로 오전에 마신다. 에스프레소에 초코 시럽과 우유
휘핑크림을 얹은 카페모카, 캐러멜 시럽 등을 첨가한 캐러멜 마키아토, 휘핑크림을 얹은
비엔나커피 등이 있다. 메뉴판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더치커피는 뜨거운 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방식의 커피와 달리 차가운 물로 3시간 이상 추출하는 커피다. 카페인
함량이 적고 향이 오래 보존되며 쓴맛이 적고 맛이 부드럽다. 커피의 쓴맛을 잘 즐기지
못하는 이에겐 추천할 만하다.
커피는 70~80℃ 내외일 때가 맛도 좋고 마시기도 좋은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90℃ 내외의 뜨거운 커피를 내준다.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며 마실
게 아니라 잠시 대화를 나누며 식기를 기다렸다 마시는 게 낫다. 설탕이나 크림을
무턱대고 타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상대방에게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커피를 권할
때도 윗사람이나 연장자부터 권함이 예의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선 셀프서비스가
기본으로, 커피를 마신 뒤엔 최소한 거치대까지 치워주는 것이 매너다. 홍차를 마시는
티타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3단 트레이다. 가장 아랫단에는 한 입 크기로 자른
샌드위치가, 중간에는 스콘이나 타르트 같은 베이커리류가, 그리고 맨 윗 접시에는
초콜릿이나 마카롱, 과일과 같은 디저트가 놓인다. 가장 밑에서부터 차차 위로
먹어가면 되는데, 한 입 크기로 잘린 것은 손으로 집어 먹어도 된다. 남성이 동석한
경우는 그가 호스트가 되어 여성에게 티포트의 차를 따라주는 것이 매너다. 무엇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즐기는 것이 진정한 티타임의 매너임을 잊지 말자.
에디터 이은혜 포토그래퍼 김재이 어시스턴트 이선우 자료협조 오설록(www.osulloc.com)
참고도서 <에티켓을 먹고 매너를 입어라>(손일락 지음, 웅진리빙하우스 펴냄), <찻잎 속의 차>(이진수·이진미·주은철
지음, 이른아침 펴냄) 소품협찬 티포트ㆍ찻잔ㆍ슈거볼ㆍ접시(로얄코펜하겐, 02-3453-4811)
나라별 티타임
영국 티타임 문화가 발달한 영국은
아침은 간단한 식사와 밀크티를
마시는데, 19세기부터 시작된
풍습이다. 직장에서도 홍차를 마시는
시간이 따로 있을 정도.
오후 4~5시쯤 갖는 애프터눈
티타임에는 홍차와 스콘, 케이크를
곁들인다. 저녁 식사에도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우기 위해 홍차를 마시며,
이때 마시는 차를 하이티(High
Tea)라고 한다. 저녁 식사에 손님을
초대할 때는 반드시 식사가 끝난 뒤
티타임을 갖는다. 최초의 티파티는
영국 찰스 2세 왕자에게 시집온
포르투갈 공주에 의해 귀족의 사교
모임으로 시작됐고, 19세기 들어
서민에게도 술 대신 차를 마시는
티파티 문화가 뿌리내렸다.
중국 차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닌
중국은 딤섬과 함께 차를 마시는
얌차 문화다. 차를 마실 때는
오른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왼손으로는 차의 밑부분을 받쳐 드는
것이 정석이다.
독일 점심과 저녁 사이에 커피나
차와 함께 독일식 케이크인 쿠헨을
함께 곁들인다.
러시아 홍차에 레몬을 넣어 마시고,
설탕 대신 잼을 넣어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티하우스
오설록 티하우스 유기농 다원과 차
문화 복합 체험 공간인 티 뮤지엄,
티스톤을 통해 한국의 차 문화
알리기에 앞장서는 오설록의
티하우스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건강한 차를 동시에 맛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종류의 녹차뿐
아니라 발효차와 블렌딩 티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오는 5월까지
제주의 유채꽃을 모티브로 한 ‘삼다연
유채허니 라떼’, ‘그린티 유채허니
라떼’를 한정 메뉴로 즐길 수 있다.
문의 02-3448-5967(압구정점)
베질루르(BASILUR) ‘실론티의
나라’로 유명한 스리랑카의 홍차
브랜드 베질루르에서 최초로 문을 연
티 카페로 캐주얼한 분위기에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천일야화’라는
뜻을 지닌 1001 Night 밀크티가 특히
인기다. 오리지널 스타일의 실론티를
기본으로 하는 홍차 메뉴는 물론 티
칵테일도 제공된다. 이곳의 차를
이용해 만든 파운드케이크와 각종
타르트류도 맛있다.
문의 02-512-0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