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모든 것, 라벨 파헤치기
화장품을 구입할 때 광고 문구, 모델, 입소문에 따라 많이 결정하지만 진짜 화장품의 진실은 모두 라벨 속에 들어 있다. 하지만 암호처럼 복잡해 보이는 표기로 금새 백기를 들게 만드는 것이 문제. 화장품 라벨을 보는 쉽고 간단한 방법을 알아보자.
라벨의 성분표를 먼저 살펴보면, 화장품에 함유량이 많은 순서대로 표기가 된다. 전체 리스트에서 앞쪽의 1/3을 차지하는 성분이 이 화장품의 80~90% 정도를 이룬다고 볼 수 있는 것. 그 다음으로 오일, 유화제, 계면활성제가 나오고, 마지막에 방부제, 향료, 안정화제 등의 성분이 주로 쓰인다. 성분표의 아랫부분에 있는 성분들은 실상 효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특화된 성분이라고 홍보하고 제품명에 쓰기도 하는 성분들이 성분표 아랫부분에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만약 알러지가 있거나 민감한 피부라면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따로 표기하도록 법으로 지정된 표시지정 성분 부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대표적인 지정 성분을 기억해두었다가 화장품 구입시에 체크해볼 것. 디부틸히드록시톨루엔(DHT)은 오래 사용하면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고 탈모를 유발할 수 있고, 트리에타놀아민은 피부 점막과 눈을 자극할 수 있으며, 파라벤은 내분비 장애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라벨에서 자주 보이지만 왠지 어렵게 느껴졌던 용어들의 의미도 알아두자. Dermatologist test는 피부과 전문의 테스트 완료, Not Tested on animal, cruelty-free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음, Fragrance-free 인공향을 넣지 않음, Hypoallergenic cosmetics 저자극성, Oil-free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 오일을 함유하지 않음, Water-resisitant는 물속에서 40분간 SPF 지수를 유지할 수 있음, Very water-resistant는 물속에서 80분간 SPF 지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용어들은 보이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천연 유래 성분'은 자연에서 유래된 성분의 일부라는 뜻 정도로 GMO(유전자변형농산물)가 포함 여부를 규제하지 않아 소비자가 원하는 순수 천연 성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특허 받은'은 그 성분이 정말 그러한 효과를 내느냐에 따른 입증이 아니고 단지 어떤 회사가 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화장의약품'은 FDA에 없는 단어로 광고문구로 보는 것이 본래 의미에 더 가깝다. '미네랄 오일'은 미네랄 워터의 영향으로 좋은 성분 같아 보이지만 석유에서 얻은 액상 혼합물이란 뜻으로 다른 이름으로 액체 파라핀, 액체 석유로 불린다.
특별한 해석이 필요한 암호와 같은 부분은 더욱 눈여겨볼 것. 좋은 것은 쉽게 강조하고 싶은 특성상 이런 부분들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벤조페논-3, 0-시멘-5-올, 파르솔 1780 등 어렵게 쓰여진 성분은 유해 요소가 있는 성분이나 공업 성분일 확률이 높다.
라벨에서 가장 암호 같은 또 하나의 부분인 제조년월일과 유통기한에 대해서도 분석해보자. 국내 브랜드는 비교적 알아보기가 쉽다. 제조일이 2013년 4월 2일인 경우 '제조일 2013년 04월 02일', '2013.04.02.', '20130402'로 표기하기 때문. 문제는 해외 브랜드. 브랜드마다 표기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해독할 필요가 있다. MFD, MFG, M은 만들어진(Manufactured)으로 해석하며, 보통 'M02.04.13'와 같이 일, 월, 년도 순으로 많이 표기한다. 그 외에 'M1307511'(2013년도, 075는 1년 중 75일째 되는 날, 11은 생산라인을 뜻함), 'D13J25'(D는 알파벳 4번째 순서로 4월을, 13은 2013년도, J는 생산 공장, 25는 날짜) 등의 표기가 대표적이다.
유통기한은 화장품 개봉 시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꼭 날짜를 표기하지 않아도 되지만, 변질이 쉬운 성분이 함유된 제품에 한해서 식품의약안전청에서 표기하게 돼 있다. 국내 브랜드는 6M, 12M, 24M이라고 쓰여있는데, M은 개월 수로 6M은 개봉 후 6개월 이내에 사용하라는 것. 수입 브랜드는 'EXP.13.12.05'일때는 2013년 12월 5일까지 사용하라는 뜻이며, '1213JS05'로 표기된 것은 앞 두 자리는 월, 두 번째 두 자리는 연도, 세 번째 두 자리는 고유번호, 네 번째 두 자리는 일을 나타낸다. BBE는 'Best Before'의 약자로 가장 상태가 좋은 기간을 말하니 EXP와 BBE 두 가지가 표기됐을 때는 BBE의 날짜를 지키는 것이 좋다.
화장품 성분을 직접 찾아보고 싶다면, 대한화장품협회 홈페이지에서 각 성분을 찾아볼 수 있으며, 미국 비영리 환경 단체인 EWG 그룹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분석 사이트에서는 전성분을 입력하면 그 제품의 위험도나 안전성을 통계적으로 분석받을 수 있다. 이제 화장품을 고를 때 앞면보다 뒷면을 먼저 살펴보라.
[매경닷컴 MK패션 조혜원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MK패션, photopar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