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교회를 벗어나 거리로 나선다면?
[한국교회 까발린 서울대 대학원생 한승훈씨]
교회의 고정시각 탈피 '혁명을 기도하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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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새 세상 꿈 꾼 혁명적 민주주의자"
"소수 위해 싸우던 예수… 인간적인 희망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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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교회를 세우려 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를 세우려 했던 변방의 사형수였습니다.
광장의 민주주의자였고, 시대의 아나키스트였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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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훈(30ㆍ서울대 대학원 종교학 박사과정)씨는
이런 발칙한 상상을 했다.
성당과 교회, 권위적인 성직자들을 떠난
'인간 예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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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말과 행적을 기록한 성경을
혼자 꼼꼼히 읽어낸 뒤 이런 결론을 내렸다.
예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혁명적 민주주의자'였다고.
그동안 개인 블로그에 예수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린 그는
최근 이를 토대로 <혁명을 기도하라>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일종의 예수 관련 해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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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간 이후 일간지의 칼럼 등에
인용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종교인과 학자들이 모여 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는가 하면,
독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자발적으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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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이 고정 관념을 깬
예수의 숨은 면모에 흥미를 느끼고,
예수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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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도가 자신의 전공도 아닌
'예수'를 주목한 이유가 궁금했다.
"호기심으로 성경을 읽다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예수와 성경에서 묘사한 예수 사이의
괴리감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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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계기로 종교적 틀을 벗어나
고전 소설을 읽듯 성경책을 읽어 나갔지요.
2,000년 전 교회의 권력자들에 대항해
팔레스타인의 거리를 활보했던 예수는
지금 교회에서 추앙하는
종교적이고 거룩한 성자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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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종교 권력에 비웃음과 조롱을 내뱉고,
교회와 성직자의 권위를 뛰어넘는
혁명을 부르짖었던 사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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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예수에 다가갈수록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모순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교회를 비판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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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섬기면서도 예수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한국 교회의 모순을 다른 무엇도 아닌
'예수'를 통해 까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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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기독교 입장에서
불편하고 불온하게 여겨 질만 한 내용이
책에 다수 발견된다.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진다.
"세계적인 팝 아이콘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보면서
그 노래에 악마 숭배를 조장한다며
공연 반대를 외치는 기독교인들,
서울 봉은사에서 '땅 밟기 기도'를 하면서
사찰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하는
기독교인 사이에서 예수는
어떻게 행동할까요?" 대답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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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언제나 소수자들 편에 섰던 예수는
교회의 이름으로 동성애자와
다른 종교를 괴롭히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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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문을 과감히 박차고 나와
핍박 받는 소수자들을 위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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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사람들이 예수를 통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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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자신의 이상을 위해 힘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다시 없는 희망의 아이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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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반기를 들면서 한편으론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과 함께하는
인간적이고 유쾌한 방랑자 예수가
더욱 주목되는 건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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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조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