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맘짱은 울 엄니입니다.
울 엄마!
일평생 황소처럼 궂은 일만 하시고
단 한번이라도 당신의 몸치장을 위해 얼굴에 분칠 한번 하지 않으셨고
변변한 옷 한벌 걸치신적이 없으시지만
울 엄마는 내게 있어서 "위대한 아름다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궁핍한 친정집의 입이라도 덜기위해 어린나이에 빈털털이 아버지께 시집오셔서
육남매 모두를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오롯이 키워내셨으니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살이에 그 고생은 오죽하셨으랴
얼굴은 온통 깊은 주름이 골을 이루었고 굽어진 허리에 이젠 육신의 고통마저 온몸을 엄습하였으니..
5년전에는 담석수술.
2년전에는 임파선 수술
그리고 작년에는 장장 11시간이 걸린 담도협착증 수술.
무려 3번이나 큰 수술을 견디어냈으니 그 작으신 체구에 얼마나 감당하기 힘겨웠을까...
오랜시간의 수술을 견디어내신뒤 그 후유증으로 아직 온전치 못하신 몸으로
우리집으로 내려오신지 벌써 7개월여 시간이 흘렀다.
긴병과 잦은 수술로 이젠 자식들도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모두 서서히 지쳐갈즈음
거액의 수술비도 모두 혼자 쾌척해 준 마음에 고맙다는 표현도 하지 못했는데
친정엄니를 우리집에 모시자는 옆지기의 용단이 눈물겨웠다.
혹시라도 사위집에 더부살이한다고 생각하시며 장모님이 행여 불편해 하실까봐
퇴근하여 집에 오면 환갑의 나이에도 장모님앞에서 재롱(?)을 부린답시고
어설픈 몸짓과 우스갯소리로 장모님의 마음을 보듬어드리는 배려깊은 옆지기이다.
아직은 바깥일이 더 많은 우리가 모두 출근한뒤에
집에 홀로 남겨진 엄니의 하루해가 지루하시진 않을까...
현관문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계시진 않을까...
돌아오는 발걸음을 빨리하곤 한다.
엄니와 난 서로에게서 엄니는 20여년전의 당신을 되돌아보시고
난 20년후의 내모습을 그려보면서 두 모녀의 시시콜콜 일상이야기는
시작도 끝도 없이 늦도록 이어진다.
신경통으로 힘들어 하시는 엄니의 어깨라도 주물러드릴양이면
조금만 손아귀에 힘을 주어도 금방 바스라져 버릴것만 같은 갸냘픈 육신만이 엄니를 지탱하고 있다.
노년에 들어서 이제 겨우 자식걱정에서 놓여나신 엄니께서
그나마 건강하실적엔 노인복지관에 등록하여
소시적 맘껏 배우지못한 한을 푸시겠다며 글짓기반의 배움을 오직 당신의 즐거움으로 삼으시고
작년엔 드디어 제천시복지관 주최 노인백일장에서 우수상으로 입상하셔서
자식들 모두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선물해 주시기도 하셨다.
이젠 몇년사이에 복지관에 다닐만큼의 힘도 부족할만큼 쇠잔해지신 엄니.
야위신 체구에 이불의 무게도 감당키 힘들다며
풀끼 머금은 무명홑청의 목화솜이불도...
최근 유행하는 갖가지 첨단 기능성이불도...
모두 그 무게가 무겁다 하시며 손사래를 치시는 울 엄니..
얇은이불 하나에 의지하여 차가운 겨울밤을 견디시니
두툼한 양모이불속에 푹신하게 자고 일어난 나는 아침마다 엄니앞에서 송구스럽다.
어젯밤 내린눈이 나무가지마다 소복히 쌓여있다가
겨울바람에 휭하니 눈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모습이 유난히도 춥게 느껴지는 아침.
기필코 엄니의 이불을 바꾸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전문 침구가게로 발길을 향했다.
좀 더 가볍고도 따뜻한 이불은 없을까?
여러 가게를 전전해도 더 이상 가벼운 이불은 없다.
마지막 침구점에서 이불대신 가장 가볍고 따스한 양면극세사로 만든 퀸사이즈 패드를 구입하였다
이불은 아니지만 가볍고 양면극세사의 포근함이 손끝에 전해져온다.
지금 덮고 계신 누비이불보다 별로 무겁지 않으면서도 훨씬 따스한 느낌이다.
이불을 들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큰 선물을 받은양 콧노래도 부르고 싶어진다.
단걸음에 내달려 집에 오니
아침나절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가신 엄니께서는 아직 집에 돌아오시지 않았다
엄니가 누워계실 자리에 침구를 다시 정리하고 새이불(?)을 깔아놓았다.
새 침구처럼 엄니의 얼굴도 화사하게 밝아지겠지?
이불있는데 뭐하러 쓸데없이 돈을 허비하느냐? 하시며 싫지않은 나무람도 거듭하시겠지...
새색시 이불인양 은은한 핑크색에 입체감이 나는 무늬가 잔잔하다.
엄니께서 오늘밤부터 따스하게 주무실것같아 바라만 보아도
내 마음은 햇솜이불을 덮은양 따스하고 가볍다.
오늘밤은 나도 마음놓고 푸욱 잘 수 있을것 같다.
2012년 1월4일 울엄마 둘째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