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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에서--

ds3ckb 2010. 6. 26. 20:59

 

 

 

 장마비가 시작된다는 주말.

지난 몇달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않았던 나의 게으름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요며칠동안 매일같이 도서관엘 들락거렸다.

코앞에 여성도서관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읽을거리는

언제나 내 지척에서 넘쳐나고 있지만

책읽기도 벼락치기의 습관은 남아있어 폭식과 단식은 되풀이되고 있다.

언젠가 읽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도가니''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등을 

꽤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 공지영님의 책을 두권이나 대출하였다.

주말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고 일요일점심에  

약사회의 가족동반모임만 끝나면 편안히 집에서 여유롭게 책이나 읽을 생각이다.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는

혼자여서 외로웠고, 그래서 함께 엉겨붙어 따뜻해지고 싶었던.
그러나 늘 어긋나기만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신을 위한....
화해와 용서의 몸부림을 담은 책이다.

책을 읽는동안 작가와 함께 슬프고 아파하며

책속에 스며들어있던 내 감정을 이제는 추스려야겠다.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본문중에서--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

 인사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 사랑이 생각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J, 저를 위해 슬퍼하지 말아주세요.

신이 저를 사랑하시고 제가 진실에 가까이 근접하기를 원하셨다면

고만고만한 행복에 제가 머무르도록 허락하셨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완전을 향해 나아가고자 할 때,

불완전만큼 더 큰 동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행복은 다르다. 저마다의 불행또한 다르다.

행복과 불횅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누구나 같은 상황에서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시기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중요한 건 누가 더 많이 행복하고 불행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이다.

 

내가 나를 믿을 수 있을까,

내가 과연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멀리서라면 혹시,

짧은 기간이라면 혹시,

그러나 가깝고 길게....

나는 자신이 없었던 겁니다.

내가사랑할 수 없었음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착각을 사랑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사랑이란 자기 내부의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가는 숭고한 계기입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입니다.

난 이제 조금 알것 같아.

보고 싶다고 다 볼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나의 사랑이 깊어도 이유없는 헤어짐은 있을수 있고,

받아들일수 없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것이 있다는 것을.....

사람의 마음이란게 아무 노력없이도 움직일수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

사람도 기억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 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고 쓸쓸하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 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이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할 수 없다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기억 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 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 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의림지 길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