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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6. 14:08
내 마음의 부처
이효녕
마음의 문이 열려
계곡의 물이 더 깊게 흐르는 산사
법당에서 쫓겨난 돌부처 벼랑 아래 서 있고
부챗살 햇살이 잠깐 입 속을 스쳐 빛난다
이름 없는 벌레가 기어간 자리에 머문 햇볕
무수히 지나간 세월이 코도 떼어가고
무너진 눈자위 맴도는 바람이 눈을 감겨 놓았지만
새 한 마리 부처 머리에 올라 똥을 뉘놓고
어딘가 보이지 않게 사라지고
가장 높은 곳에 가장 먼 곳에 부처는
마음의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
비 바람 안고 새똥을 모셔 놓고 살았으니
이쯤에서 내 마음의 거처 얻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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