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하악하악 '중에서
이외수님.
나는 그분의 책을 여러권 읽었지만
이 책처럼 가볍게 읽을수 있으면서도 현실의 정곡을 찌르는 해학이 담겨 있는 내용은 처음이다.
요즘 도서관에도 하악하악이 베스트셀러였다.
약국앞에 여성도서관이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자주 들르게 되지만
여러번 대출신청을 하였으나 번번히 '현재는 대출중' 이라는 답이 돌아왔고
그럴수록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는 나의 욕심이 꿈틀대었다.
결국엔 도서관 사서에게 책이 입고되는 즉시 전화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서야
겨우 이 책을 읽을 수가 있었으니
요즘의 하악하악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책은 너무나 짧은 소절로 구성되어 있고
페이지마다 정태련 화백의 우리나라 민물고기 그림이 더해져
쉬이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이다.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자 마자 결국 한시간여만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말았다.
긴글을 읽기 싫어하는 분께 강추.
내용은 짧지만 많은 여운을 남기고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가볍게 읽을 수는 있지만 결코 가볍지만도 않다.
해학적이라는 느낌도 받았지만 현실의 풍자적인 느낌의 작품이었다.
다음은 책내용중 몇 소절만 발췌해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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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의 뜻은?
인간혹은 동물의 거친 숨소리를 나타내는 단어.
만화책 '피안도'에서 자주 등장한다.
난처한 상황, 혹은 불리한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
또는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보통 그다지 무의미하게 말하게 되나,
게임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흐름이 전개될 때 사용된다.
혹은, 종종 반어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흐름이 전개될 때
상대방의 "하악하악"에 대꾸적으로 대답할 수도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하여 상대한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된다. -네이버 검색-
이 책이 전하고자하는 핵심은 물가가 치솟고 모든 상황이 어렵다해도 우리는 숨을 몰아쉬는 그런 상황이래도 헤쳐나가자는 그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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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초월한 대화
모기가 스님에게 물었다.
파리가 가까이 가면 손으로 휘저어 쫒으시면서
우리가 가까이 가면 무조건 때려 죽이시는 이유가 뭡니까.
스님이 대답했다.
임마, 파리는 죽어라 하고 비는 시늉이라도 하잖아
모기가 다시 스님에게 물었다.
그래도 불자가 너찌 살생을 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짜샤, 남의 피 빨아 먹는 놈 죽이는 건 살생이 아니라 천도야. 철썩!
밤이면 방충망에 붙어서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잇느 나방 아가씨들.
춤추고 싶어 미치겠다는 몸짓들이다.
전생에 뻔질나게 나이트를 드나들면서 남자들께나 후리던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날이 샐 때까지 저러고들 있겠지.
웬지 측은해 보인다.
형광등을 꺼버려야겟다.
그러면 영업이 끝난 줄 알고 돌아가겠지.
어떤 사내 하나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면서
전철을 누비고 있을 때였다.
홀연히 예수님이 나타나서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지금 뭐 하세요?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더 나쁜 놈일까요.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더 나쁜 놈일까요.
깬다 시리즈
화장실에 들어 갔더니 몽달귀신이 변기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내게 물었다.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내가 대답했다.
닥쳐. 멍청한 놈아. 이건 비데야.
세 살짜리 꼬마가 낭랑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하야버지는 커서 뭐가 될꼬에요?
대답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침대는 과학이 아닙니다.
곤충입니다.
침대는 잠자리니까요.
썰렁하다면 침대 측면에 설치되어 있는 온도조절장치를 난방모드로 바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의 절대법칙
사랑한다는 말뒤에 '어떤일이 있더라도 영원히'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다.
아픔은 진통제로 다스리고 슬픔은 진정제로 다스립니다.
물론 일시적인 효과박에 없습니다.
외로움 말입니까.
그건 고질병이자 불치병이지요.
현재로선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민간요법이 있기는 하지만요.
농약을 마시고 자살해 버리는 방법입니다.
물론 한병이면 충분합니다.
드릴까요.
나는 삼촌만큼 크면 반드시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삼촌은 대학생이다.
삼촌은 공부를 안한다.
맨날맨날 놀기만 한다.
부럽다.
대학생이 되면 공부를 안 하고 학원에도 안가고 맨날맨날 놀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크면 꼭 대학생이 되어야겠다.
-어느 초딩의 일기-
중국에서 다년간 공부를 하고 돌아온 아들놈을 보면
혹시 저 자식도 짝퉁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생길때도 있다.
영국 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잘 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영어는 잘 하면서 한국말은 잘 못하는 건 캐안습이다.
일찍이 퇴계 선생님이 말씀 하셨다.
내 손자가 뜨 앞에 천도 복숭아가 있는데 먼 데까지 가서
개살구를 줍고 있구나. 즐!
어느 중학교 한문 시험에 '백문(百問)이 불여일견(不如一見)' 이라는
한자말의 뜻을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출제 되었다.
한 학생이 '백 번 묻는 놈은 개만도 못 하다' 라고 답을 적었다.
한문 선생님은 그 학생의 창의력을 가상스럽게 생각하여 반만 맞은 걸로 평가해 주었다.
실화다.
아내들이여.남편들이 사랑고백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투정부리지 말라.
남편들이 날마다 출근해서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상사의 역겨운 잔소리를 참아내고
자존심을 있는 대로 죽이면서 거래처에 간곡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고
헤비급 역도선수의 역기보다 무거운 스트레스를 어깨에 걸치고 퇴근하는 모습.
그 자체가 바로 그대와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무언의 고백임을 명심하라.
식인종이 야동을 보면서 말했다.
저놈들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니까.
아휴~~~ 팔 아프다.
길게 쓰다 보니까 혹시 오자,탈자가 있을지도...
이제 더 많은 내용은 친구들이 직접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