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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ds3ckb 2009. 2. 27. 22:3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작가 공지영씨가 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공지영은 이전부터 제가 좋아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지요.

오래전 읽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봉순이 언니' '수도원 기행' 등은

모두 감명깊게 읽었던 공지영님의 책들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사회이슈화 되어있는 흉악범의 사형제도에 대한 책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세 여자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수가 된 불우한 사형수(정윤수)와

내면의 상처로 인해 삶과 불화하며 세 번씩이나 자살을 기도했던 대학교수인 여자(문유정)의

작은 만남에서 엄청난 이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유정은 사형수를 교화하는 수녀 모니카 고모를 따라 

살인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윤수를 면회 하면서

처음엔 보통사람들처럼 사형수에 대한 지독한 선입견으로 그를 대하지만

점차 그를 자주 면회하면서 정윤수는 이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

더 숭고하고 선한 사람이라는것을 느끼고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정윤수는 그해 연말 갑작스럽게 사형집행을 당합니다.

이 부분에서  과연 선량하게 교화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형제도가 사회에 과연 이로운 일인가,

또한 사형제도는 국가가 합법화한 살인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사형수 윤수(사실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만 동료의 죄를 뒤집어 쓴 사람입니다)를

그에게 죽음을 당한 여자의 어머니가 면회하는 장면에서

'사람의 용서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더군요.

판자촌에서 어렵게 살고있는  그 할머니가 딸을 죽인 사형수를 만나서

"이놈아, 네가 죽인 그 여자의 에미이다.돈만 빼앗으면 됐지 왜 죽이기까지 했는냐...

그냥 살게 두어도 백년도 못살것을.."

하면서 울부짖는 모습은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윤수를 붙잡고 울부짖던 할머니는 오히려 사형을 당하기 전에 꼭 용서하고 싶다며

"미안하다. 용서하려구 왔는데...  널 보니까 죽은 우리 애가 자꾸 떠오르고 네가 미워지려고 한다.

오기 전에 그러지 말자고 밤새 한 잠 못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라며 탄식합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속에 찡한 울림이 한참동안 그 할머니가 되어 함께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는...

그리고 할머니는 윤수를 용서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진짜로 널 용서할 때  다시 오마" 하면서 윤수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러나 윤수는 그해 연말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동료의 죄를 뒤집어쓴채...

09년2월20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바로는 

공지영 작가는 사형제도에 대한 토론에서 '이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형벌은 용서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사형제 존폐 논란이 거센 가운데 

어제는 안양 초등생 살해범에 대한 사형이 최종확정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로써 현재 대법원으로부터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중인 사형수는 모두 5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형폐지국가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지요
1998년부터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분위기는 점차 사형제도의 부활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억울한 죽임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이야

감히 우리의 상상이 어려울만큼 고통속에 살고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모순과 

인간이 인간에 의해 사형을 당해야 되는지를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사실 용서하는 일은 너무 서툴고 하기 싫어합니다.

되돌아보면 작은 분노에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움을 쌓는일이 많습니다.

우리 모두 용서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모처럼 좋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명친구들도 한번 읽어 보세요.

                                                  

                                            한외숙 글.

 

 

 

 그 남자, 그녀를 만나다.
내 생애 마지막이라 생각한 겨울의 어느 날, 한 여자가 찾아왔다.
천사의 얼굴로 애국가를 부르며, 죽어가는 동생에게 온기를 주었던 가수,

문유정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처럼 날 동정의 눈빛으로 보지도 않고,

도리어 신경질 내며 따져 묻는다.
그런데 이 여자, 어쩐지 나를 보는 것 같다.

그 여자, 그를 만나다.
세 번째 자살도 실패한 그해 겨울, 유일하게 마음을 의지하는

모니카 고모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내키진 않았지만, 정신병원에서 요양하는 것보다 덜 지루할테니까.
내가 불렀던 애국가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건 재미있을 것 같다.
목요일 10시, 교도소 만남의 방. 창백한 얼굴의 사형수.

거칠고 불쾌하기 짝이 없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쁜 놈. 끝!”하며 나왔을 텐데,

어쩐지 마음이 울컥, 한다.

아, 이 남자...

 

 

기다리는 것

만남을 설레며 준비하는 것

인간과 인간이 진짜 대화를 나눈다는 것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

서로 가식 없이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신께서 허락하신다면

살아서 마지막으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내 입으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사랑한다'고 말입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