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한 번'
일 첫방송된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한 번'(극본 조희, 연출 김종창)이 재벌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통속극의 모습을 선보였다.
'미워도 다시한 번'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게 되는 엇갈린 '중년의 사랑'과 안타까운 사랑을 겪눈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려내는 작품. 기본적으로 결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날 방송에서는 백화점 재벌인 회장 한명인(최명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아버지가 신임하는 남자 정훈(박상원)과 정략 결혼을 한 내용과, 똑똑하고 영악한 앵커 최윤희(박예진)와 바람둥이에 제멋대로인 명인의 아들 민수(정겨운)의 티격태격한 첫 만남이 그려졌다. 민수가 따귀를 맞은 것을 둘러싸고 안하무인 권력가 회장 명인과 야망가 윤희의 대결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했다.
'미워도 다시한번'은 박상원, 최명길, 전인화가 어두운 공간에서의 엇갈린 시선을 통해 숙명적인 갈등구조를 암시하고 있는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 사람은 극중 뜨겁고도 가슴 아픈 삼각 관계를 이룬다. 여기에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민수와 윤희의 사랑이 그려진다.
'미워도 다시한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9년에 선보이는 70~80년대 감성의 드라마다. 소위 막장 드라마에서 거론되는 불륜과 출생의 비밀이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첫 방송은 많은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문구, 또는 진부한 표현)들로 장식됐다. 거만하고 회사 일에 재벌 없는 전형적인 재벌 2세, 복잡한 자녀 관계(출생의 비밀), 언론과 재벌간의 관계, 독한 여성이 성공한다는 고정 관념 등이 그려졌다.
제작사는 "피 끓는 사연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엉킨 삶의 실타래를 풀어내고자 한다"며 50대이지만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중년 여자의 피맺힌 복수와 뼈아픈 외로움, 비참한 사랑의 종말을 그린다"고 이 작품의 기획의도를 설명한 바 있다. '미워도 다시한번'의 관건은 이런 많은 클리셰들의 한계를 어떻게 벗느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통속적인 내용의 집합체인 '미워도 다시 한번'이 막장 드라마로 기억될지,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막장'과 '걸작'은 한 끝 차다. 특히 통속극의 경우에는 그 사이를 가로지는 벽이 얇다.
막장이 대세를 이룬 최근의 드라마 환경,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막장'의 오명이 아닌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방송을 이어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한번'. 사진 = KBS 화면캡처]
최나영 기자 nyny@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