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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맘님의 영상편지
ds3ckb
2009. 1. 2. 20:48
2008년 12월 31일.
한 해 뒤돌아 보며 아쉬움이 왜 없을까마는
고개 푹 떨구어지는 큰 아픔은 없는
무난한 한 해였습니다.
묵은 해를 보내는 송구영신의 마음으로
그 곳에서 지낼 생각만으로도 늘평안을 주는 노을골에 다녀 왔습니다.
꽤 매서운 겨울날씨를 떨치고 일어서느라
내복이며 몇 겹의 옷을 덧입고 중무장한 채로 나섭니다.
누가 내 딸 아니랄까봐,, 얼핏 노을인 것 같다는.
우리 멋대로 그 곳을 노을골,, 노을골 부르는데
진정한 노을골은 봉화 남회룡부터 출발하여 南進 3 km,
사람들이 나다니지 않아 덤불에 묻혀있는
드러나지 않아 숨겨진 보석과 같은 1시간 남짓의 꿈길입니다.
December ----
이 역시 개울을 경계로 왼쪽은 영양 땅, 오른쪽은 봉화 땅입니다.
영양, 봉화 인근은 일제시대부터 광산이 개발되어 나름 사람도 많고 활기찬 지역이었답니다.
그 잔재로 구석구석 산판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노을골 역시 소롯한 오솔길 같은 부분도 있고,
더러는 갈 길이 묻혀져 있기도 하고----
늘평안에 이르기까지는 10개의 개울을 건너야 합니다.
대 여섯 발짝부터 길게는 몇 십 걸음 쯤의 건너 뜀이라도
영양, 봉화를 십여번 넘나 들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사는 수하도 영양, 울진을 대 엿차례 왔다리갔다리.. 드나들지요.
어느 한 군데만 깃사리지 않으려는 자유 영혼이어서인지??
어느데고 속하지 않은 변두리 경계인이어서인지??
항상 피안을 꿈꾸는 자이어서인지??
음대생일때는 생뚱,, 농대를 기웃거리고..
시골人 어언 20년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촌사람답지 않다는 평을 달고 살고..
양봉人으로서도 경력이나 학벌이나 연배로 보아 무슨 감투쯤을 가질 법도 한데
아무도 벌쟁이 동류로 보아 주지 않고..
하다못해 20여 가구중의 동장도 되지 못하고..
달랑 6,7가구중의 반장도 되지 못하고..
입에 붙은 사랑 고백이
이 세상의 모든 일에서,, 모든 사람들 중에
내게는 오직 당신 한 사람만 있노라는.. ^^
간혹은 수정 유리처럼 맑은 얼음의 유혹에 끌려
작년 집 앞 냇가에 앉아 있던 노을의 흉내를 내 보기도 하고..
머그잔 가득히..
요즘 새로이 좋아진 블루마운틴 커피 한 잔의 따끈함이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일전 균쌤님이 올려주신 '눈'의 체험 행사가 된듯?!?!!
조그만 산길에 흰눈이 곱게 쌓이면
내작은 발자욱을 영원히 남기고 싶소 내작은 마음이 하얗게 물들때까지 새하얀 산길을 헤매이고 싶소 외로운 겨울새 소리 멀리서 들려오면 내 공상에 파문이 일어 갈길을 잊어버리오 가슴에 새겨보리라 순결한 님의 목소리
바람결에 실려 오는가 흰눈되어 온다오 저멀리 숲사이로 내마음 달려가나 아 겨울새 보이지 않고 흰여운만 남아있다오 눈감고 들어보리라 끝없는 님의 노래여 나 어느새 흰눈되어 산길 걸어간다오 ![]() 새하얀 산길을 헤메이다 보면----
제법 조붓한 숲 속 산길이 나타나, 굳이 발밑을 신경쓰지 않고
공상에 파문이 일 정도로 제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간혹 베어져, 또는 부러져 옆으로 누운 나무 등걸을 지나느라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 깊숙이 구부려 지나기도 하고..
오랜동안 다닌 사람 하나 없어 잔가지가 우거져 손을 홰홰 내저으며 걷기도 하고..
얼음 냇가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울퉁불퉁 길에 걸음이 헛놓이지 않도록 발목에 힘을 잔뜩 주기도 하고..
무릎을 빠지는 눈 쌓인 낙엽길을 철브덕철브덕거리며 눈과 낙엽을 막 버무려 놓기도 하고..
낙엽송 갈비가 곱게 쌓여 마치 융단 길을 걷는듯한..
![]() 냇가 한 켠에 조용히 앉아 있다보면
외로운 겨울새는 없었으나
스치는 바람결에 미처 떨구지 못하고 바싹 말라 매달린 나뭇잎의 서걱임과
얼음길에 간간 나있는 숨구멍에선 쿨렁쿨렁,, 둔중하면서도 막연한 소리만이 들립니다.
호젓하고도 고요한 중에 내 공상의 파문이 일고 일고.. ![]() 1시간 남짓의 아름다운 산행끝의 늘평안 그 곳 300만평---
무추룸히 주변을 둘러보며, 할 말을 잃은 채 쥐어 박힌 듯 한참을 서 있습니다.
처음 저 곳을 발견하고
이미 30대 아저씨였던 놀팜이 주루룩 울었다는..
그 곳은 삼면이 병풍 산으로 둘러쳐 있고 두 갈래 냇물이 흘러 내리는 마치 삼각주 입니다.
이 곳을 와 보셨던 대부분의 지인들은 너무 막혀 답답하다고..
생전 어머님은 네가 큰 죄를 지었느냐,, 이런 귀양지에 숨어 살려 하느냐,,면서 우셨지요.
그러나
나이 먹어갈수록사회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본성의 얼굴이 드러나고
노욕과 노추가 두려운 시기가 오면
한 평생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거둬 자신을 응시하고
자신 속으로 깊이 내려가기에는 참으로 안성맞춤입니다.
꿈꾸는 산행내내
저는 그저 하악하악 감탄만 했을뿐인데
놀팜은 멋진 풍광에 감동할랴,, 길답지도 않은 길 찾아 앞장서랴,,
지형지물 살펴 미래의 구상을 할랴,,
오늘 역시 동시다발형답게 바쁩니다.
하 세월을 다듬고 가꾸어
우리만의 노을골을 꾸밀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복잡기는커녕 꿈꾸는듯한 행복함이랍니다.
행복할 일들..
꿀장사에게 꿀 보내라는 연락..
아마 신년에 선물처럼 받게 될 꿀 택배도 부치고,
요즘 속 시끄러울까봐 염려해 주시는듯??
매인 구석 하나 없으니 두 내외 읍에 나온 김에 내쳐 달려 대구로 오라는..
팔공산 구경도 하고, 영양에는 없는 돌비써라운드 빵빵 영화 구경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사베리아님의 따스한 초대에 제 마음이 붕붕 떴지요.
오늘이 맨날 그날이 그날인것이 아니라는
로맨틱 놀팜의 한 턱 제안에..
맛깔찬 아구찜에
송구영신의 자작 건배~~~
떠나는게 있는가 하면 오는것도 있고---
서로 꼬리를 물고 우리의 인생은 계속됩니다.
인생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 성숙이라고 합니다.
살아가며 간간 이해할 수 없거나 모순됨을 조용히 받아 들이는 것
불합리성에 성내지 말고 순명하는것
그게 지천명 일까요!!
부디 모든 님들,,
각각 제 나이의 지혜를 갖추고 잘~~ 사는 기축년 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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