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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이야기

ds3ckb 2008. 11. 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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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편지
                           고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해 열린 문 닫아 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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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당신에게

                       정 호 승 

   낙엽 하나 떨어지면
   온 세상에 가을이 오듯 
   목숨 하나 떨구고
   온 세상에 사랑이 오게 하는
   그를 따라 사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 나라를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올바르게 사는 일을 가르치기 위하여
   올바르게 죽는 일을 가르치는
   그를 따라서 사는 자는 행복하여라.

   밤마다 둥근잎 느티나무 아래 앉아
   별들의 종소리를 들으며
   눈물이 강물이 되도록 기도하는
   사랑의 계절을 이 땅에 오게 하는
   그를 따라 사는 자는 아름다워라.

   눈부시게 밝은 햇살 아래
   언제나 눈물 너머로 보이는 이여
   끝끝내 인간의 사막을 걸어간
   걸어서 하늘까지 다다른 이여
   그를 따라 사는 자는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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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김 정 환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향토길을 그리워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헐벗은 자세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잖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 상처, 그리고 그대의
  생활 때문일 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빼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차린다 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 바 몰라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될 수 없는 어떤 생애 때문일 뿐
  그대의 진귀함 때문은 아닐지니
  우리가 다만 업수임받고 갈가리 찢겨진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듯이
  조국의 사지를 사랑하듯이
  내가 그대의 몸 한 부분, 사랑받을 수 없는 곳까지
  사랑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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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이 성 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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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에는

                                       최하림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 넓고 넓은 들을 돌아다니는 
   가을날에는 요란하게 반응하며 소리하지 않는 것이 없다  
   예컨대 조심스럽게 옮기는 걸음걸이에도 
   메뚜기들은 떼지어 날아오르고 벌레들이 울고 
   마른 풀들이 놀래어 소리한다 소리들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저만큼 나는 
   걸음을 멈추고 오던 길을 돌아본다 멀리 
   사과밭에서는 사과 떨어지는 소리 후두둑 후두둑 하고 
   붉은 황혼이 성큼성큼 내려오는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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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이 안다 

                              유안진


    제 슬픔의 키만큼 다 자란 풀밭에 
    비가 내린다 
    나도 따라 울었다 
    이 완벽한 화음(和音)의 길로 
    가을이 오고 있다 
    열꽃 앓는 시인이 불러줘서 봄이 왔듯이 
    시인이 울어야 가을이 오는 줄을 
    가을만이 알 뿐이다 
    가을에는 귀뚜리가 제일가는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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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유자효

    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落果)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이
    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 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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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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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녁에

                         서정윤

    누군가 슬픈 얼굴로
    흔들리고 있다. 조금만 더
    슬픈 얘기를 하면,
    눈물이 되어 구름
    노을의 눈빛을 본다.

    미처 지쳐 있는
    별빛 먼 여행으로
    오늘은, 어제의 다시 한번일 수 없고   
    그리움의 전설은 언제나
    나의 옆에 처연히 쓰러지는
    퇴색한 얼굴로 떠오른다.

    이름이 떠나는 저녁
    누구에게나 건강한 노을,
    다정하게 단호한 표정을 기다리며
    슬픔은 잠시 잊어두자.
    사람 사는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닐지라도, 가슴 아픔은 늘상
    비 오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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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에 는
        
                                 박제영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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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엽

                                         이해인

   낙엽은 나에게 살아 있는 고마움을 새롭게 해주고,
   주어진 시간들을 얼마나 알뜰하게 써야할지 깨우쳐준다. 
   낙엽은 나에게 날마다 죽음을 예비하며 살라고 넌지시 일러준다. 
   이승의 큰 가지 끝에서 내가 한 장 낙엽으로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일까 헤아려보게 한다.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내 사랑의 나무에서 날마다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좀더 의식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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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을 편 지

 


                     김시천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 속 숲에도
     단풍이 들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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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다시 찾아온  이름 구월의 내마음의 뜨락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픈  하루 였습니다.

 

다시 가을 하늘을 쳐다 보았습니다.


저 구월의 가을 하늘에


내 마음의 풍경을 걸어 봅니다.


내 뜨락에 풍경 하나 걸어두고픈 하루 였습니다.

 

이젠 가을바람이 전해주는 바람의 한소절을 듣고싶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겠다고 했습니다..

 


바람한테 말입니다.

 


마음의  여유라고 할까요..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말자고 ..


구월의 밤 귀뚜라미 울어대는 그 소리 그 풍경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마음의 작은 물결에도 감사를 해야 겠습니다.


내뜨락의 풍경이 고요해질 때까지 말입니다.


이젠 성숙하는 법을 배워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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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

 

 



Ernesto Cortazar - Autumn Rose
 

 

출처 : 가을 이야기
글쓴이 : 아리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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