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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울집 막내를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ds3ckb 2008. 10. 25. 00:13

2008년 10월 24일 18시 37분...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은 가을저녁에...

15년여동안 우리집의 막내로 한 가족의 성원을 이루고 살았던 까망이가

조용히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기억 까마득한 15년전...

아직 제 어미의 젖이 그리워 입을 오물거리고

밤이면 어미품이 그리워 낑낑대던 어린 강쥐를 데려와

우유를 먹이고 품에 안아 재우며 시작한 울집살이가 어언 15년 ..

그동안 한집안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구르며...장난치며 자라나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이미 객지생활로 떠난 뒤에도

늘 우리곁에서 막내노릇을 하며 갖은 재롱으로 아이들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까망이...

빈 집안에 하루종일 홀로이 견디다가

저녁에야 들어오는 가족들에게 사람이 그리웠던 하루를 보상이라도 하듯이

반갑다고...기쁘다고...다녀왔느냐고...꼬리가 떨어질까 겁나게 흔들어주며 반겨주던 까망이...

지금 생각하면 지루한 한나절을 혼자 두었던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군요.

말동무 할 강아지라도 한마리 곁에 둘껄..

팔순 할머니가 되어 새까맣던 털이 반백이되고

다 빠져버린 털은 민둥숭이가 되었어도

함께 부대끼고 부비며 살아온 세월이었음인지

우리 가족에겐 그저 이쁘고 사랑스럽게만 보이던 울 까망이..

기력이 쇠잔하여진 며칠사이에

보양식이라고 삼계탕을 네마리째 고아 먹이던 것으로 아픈 내마음을 애써 위로해 봅니다.

오늘 오후엔 곧 떠나갈 까망이를 보내야만 할것같은 예감이었는지...

그간 금지구역이던 내 침대위에서 까망이를 품에 안고

한동안 까망이의 거친 호흡을 내 가슴에 대고 느끼곤 햇는데,,,

그로부터 채 한시간이 되지 않아 나 혼자 지켜보는 가운데

까망이는 서서히 하늘나라로 올라 갔습니다.

점점 가물거리는 까망이를 흔들어 깨웠지만...

그리도 좋아라했던 내 목소리도 외면 한채 끝내 움직임이 없는 까망이...

부디 다음생엔 축생으로 말고 인간으로 환생 하여다오...

주위의 아무런 눈치 볼것 없는 혼자만의 이 공간에

맘 놓고 목울대가 아프도록 고장난 수도꼭지가 되어 더운 눈물을 삼켰습니다.

그 작은 몸뚱이로 혼자 가는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오늘은 까망이를 특히 더 아끼고 사랑해주던 작은아이가 별 용무없이 집에 거의 다달았는데...

아마도 까망이가 먼 길을 떠나기전에 한번 더 오빠를 보고 싶어 했던것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아이에게만은 건강했던 까망이의 모습만을 남겨주려

약국업무도 조기 종료하고 서둘러 들어온 옆지기...

아직도 따뜻한 체온이 채 식지않은 까망이를 가슴에 안고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정의 양지바른 밭 언저리에 편히 쉬게 하고 돌아오면서..

집에서 출발하여 돌아오기까지 옆지기와 난 둘 다 말이 없습니다.

아마도 서로에게 들킬세라 속울음을 삼키고 있었을 테지요.

집에 오자마자 옆지기는 강아지용품을 거둬 들이고.. 스팀청소를 하고...

까망이의 자취를 빨리 지우려는 의식을 서두릅니다.

"그렇게도 빨리 까망이를 우리집에서 떠나보내고 싶은건가요?"

나의 목멘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지금...

너무 빨리 까망이를 우리곁에서 떠나보내려는 옆지기가 야속합니다.

며칠 더 그 체취라도 맡을수 있게 두면 좋으련만...

까망이가 늘 앉아있던 그 자리가 몹시도 허전 합니다.

내일 날이 밝으면 까망이의 빈자리에 예쁜 화분이라도 하나 사다 놓아야겠습니다.

까망이가 앉아있던 그모습에 익숙해진 그 자리가 너무나 허전하니까요...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아픈 마음에도 서서히 딱지가 앉아 떨어지겠지요.

내 마음 속 까망이는 아직도 까만 눈망울을 굴리며 그 자리에 앉아 있건만...

내 가슴에 아직도 그 온기가 남아 있건만...

 

막내를 떠나보낸날

ds3ckb글.

 

 

2008년 6월 22일날 울 까망이와 함께 거실에서...